미국 AI 데이터센터 업체 코어위브의 회사채 금리가 15%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AI 투자 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코어위브 주가는 하루 15% 넘게 급락했고, 대규모 차입으로 데이터센터에 투자해온 오라클도 9% 가까이 떨어졌다.
매일경제(mk.co.kr) 보도에 따르면, 방아쇠는 예상보다 높게 나온 미국 9월 소비자물가였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3%까지 오르자 빚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AI 관련 기업의 신용위기 우려로 자금이 미 국채로 몰리면서 물가가 오르는데도 금리가 떨어지는 이상 현상까지 나타났다.
채권시장이 먼저 보낸 경고
경고는 주식이 아니라 채권시장이 먼저 보냈다. 코어위브가 지난 6월 연 9.625% 금리로 판 채권의 수익률은 여름 이후 꾸준히 오르더니 이날 15% 안팎까지 상승했다. 액면 100달러짜리 채권이 80달러 아래에서 거래된 것이다.
마이클 인트레이터 코어위브 최고경영자는 수주잔고만으로도 빚을 모두 갚고 남는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의 질문은 이미 바뀌어 있었다고 매일경제는 진단했다. 'AI가 세상을 바꿀 것인가'에서 '그 변화가 이자를 갚을 만큼 빨리 현금을 만들 것인가'로 말이다.
주식시장은 미래의 가능성을 사지만 채권시장은 약속한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부터 따진다. 주가가 하루 15% 빠진 것보다 채권 투자자들이 연 15%의 이자를 요구한다는 사실이 더 무거운 신호다. 성장 이야기가 살아 있어도 채권자가 상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새 투자와 차환의 문턱이 함께 높아진다.
이번에는 다른가, 같은가
호황의 한복판에는 늘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이 등장한다.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가 800년에 걸친 금융위기를 정리한 책의 제목도 바로 이 문장이었다. 신기술이 과거의 규칙을 무효로 만들었다는 믿음은 위기 때마다 되풀이됐다.
다만 이 경고를 '이번에도 모든 게 똑같다'로 읽는 것도 위험하다. 인터넷은 실제로 세상을 바꿨지만 닷컴 기업의 상당수는 사라졌고, 살아남은 승자 시스코조차 2000년 고점을 되찾는 데 25년이 걸렸다.
AI는 과거의 거품과 다른 면이 분명하다. 꼭대기에는 막대한 현금을 버는 빅테크가 있고 프런티어 AI 기업은 의미 있는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한국 독자에게 주목할 대목은 메모리 시장의 변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곳가량과 대부분 5년짜리 장기공급계약 협상을 마쳤다고 밝혔다. 먼저 만들고 나중에 팔던 메모리 산업의 일부가 먼저 주문받고 만드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AI 시장의 격랑 속에서도 한국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달라지지 않은 것: 돈의 값
달라지지 않은 것은 돈의 값, 즉 자본비용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만큼이나 자본을 많이 먹는다. 금리가 오르면 기술력과 상관없이 빚에 기댄 기업부터 흔들린다. 이번 충격이 코어위브부터 덮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돈줄의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모건스탠리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AI 관련 신규 부채 조달은 6월 113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9월 230억달러로 80% 줄었다. 다만 9월까지 누적액이 466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를 웃도는 만큼, 이 감소를 곧 AI 투자 붕괴로 읽을 일은 아니라고 모건스탠리는 설명했다.
그래도 싼 돈을 얼마든지 구하던 시절은 저물고 있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는 9월 AI 관련 발행이 사실상 끊겼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전력 확보에 애를 먹는 오라클의 뉴멕시코 데이터센터 관련 대출 약 180억달러는 액면의 85% 안팎에 호가된다. 브로드컴의 최고경영자도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웨이퍼와 메모리 부족은 넘어서고 있지만 앞으로 가장 큰 제약은 자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자본비용이 AI 산업의 새 기준인가
위험 없이 미국 국채에서 연 5% 넘는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모든 투자의 기준이 달라진다. 2% 금리로 돈을 빌려 연 10%를 버는 데이터센터는 8%포인트가 남는 좋은 사업이다. 그러나 조달금리가 8%로 오르면 남는 몫은 2%포인트로 줄고, 15%라면 벌수록 손해다. 매출 전망이 같아도 전혀 다른 투자가 된다.
기업가치를 정하는 것은 기술의 크기보다 투자수익률이 자본비용을 얼마나 웃도느냐다. 핌코의 대니얼 이바식 최고투자책임자는 10년물 금리가 5.5%를 넘으면 신용과 주식 등 위험자산 전반이 크게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서열을 가르는 기준이 이제 기술에서 자본으로 옮겨가고 있다. 차입에 기대지 않고 현금을 직접 버는 기업, 그리고 장기계약으로 수요를 미리 확보한 공급망만이 금리 충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이다.
자주 묻는 질문
코어위브는 어떤 회사인가?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업체로, 엔비디아 칩을 대량으로 사들여 빅테크와 AI 기업에 빌려주는 사업을 한다. 대규모 대출과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코어위브 채권금리가 15%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채무 상환 능력을 의심해 그만큼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6월 연 9.625%로 발행된 채권이 15% 수준까지 오른 것은 신용 위험 커짐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번 충격이 AI 투자 붐의 끝을 의미하나?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올해 AI 관련 신규 부채 조달 누적액은 9월 기준 466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를 웃돈다. 다만 싼 돈을 쉽게 구할 수 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자본비용이 기업 서열의 새 기준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