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복합 위기, 새로운 대응 전략 필요
미국의 이란 선제공격이 한반도에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 그리고 동북아 안보 질서까지 흔들고 있어 우리에게 새로운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균열
미국이 '임박한 위협'을 명분으로 감행한 이란 공습은 국제법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주요 우방국들조차 이 전쟁의 목적과 정당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습은 애초 의도했던 군사력 파괴를 넘어 핵심 에너지 및 핵 시설까지 타격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지면서 세계 에너지 가격 폭등과 공급망 교란을 초래했다. 이란 역시 걸프 연안국의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며 장기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의 전략적 기회와 한계
이란 전쟁은 역설적으로 중국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면서 대중 견제 자원이 분산되었고, 이란이 위안화 결제 원유만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면서 중국의 통화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도 완전한 수혜자는 아니다. 에너지 자급이 가능한 미국과 달리 중국은 에너지 안보에 취약하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4.5~5%로 낮춰 잡고 첨단산업 육성을 통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계획이 공급망 위기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반도가 직면한 삼중 도전
첫째, 동맹 비용 청구의 딜레마다. 미국은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청했지만, 명분 없는 '죽음의 통로'에 우리 군인을 보내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야 할 문제다. 간접적 군사 지원이나 정치적 성명 참여 수준에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둘째, 공급망 위기 관리가 시급하다.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에만 집중할 경우 중국 중간재에 의존하는 우리의 반도체,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한중관계 정상화 국면을 활용한 공급망 위기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우려다. 이란 지도부에 대한 참수 작전을 목격한 북한이 핵능력 강화에 더욱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의 소극적 이란 지원을 보면서 자력갱생 의지를 더욱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선제적 평화 관리와 대화 추동
우리가 한반도 평화공존을 추구하면서 미국의 '폭력을 통한 평화' 전략을 무조건 지지할 수는 없다. 대신 전략자산의 중동 파견으로 생기는 안보 공백을 선제적 한반도 평화 관리로 메워야 한다.
연기된 미중 정상회담을 활용해 북미 대화를 추동하고 이를 다양한 후속 회담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만 북미 대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미국도 이란 전쟁의 출구전략으로 이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거버넌스
정부는 중동 교민 보호, 긴급 원유 수입,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 등 신속한 대응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이란, 미국, 중국과 얽힌 복합위기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
부처 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문제 중심의 집단지성을 작동시켜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기민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위기는 곧 기회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외교적 역량과 평화 리더십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