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표 3파전, 민심 심판 넘는 진짜 쇄신 가능할까
6·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보수 정당에 내린 심판은 냉혹했다. 국민의힘은 패배의 책임을 두고 내홍에 휩싸였고, 장동혁 대표 책임론과 당 지도체제 개편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당 재편의 첫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김도읍, 정점식, 성일종 의원이 모두 '통합'과 '쇄신'을 내걸고 출마를 선언했지만, 민심이 정말 요구하는 변화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 의원은 지난 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세 사람 모두 '변화'와 '화합'을 입에 올렸지만, 장동혁 대표 거취와 한동훈 전 대표 복귀 문제에서는 서로 다른 온도차를 보였다.
후보들이 내건 '쇄신'과 '화합', 얼마나 진짜일까
4선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은 가장 직접적인 쇄신론을 폈다. 그는 '국민의힘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변화와 쇄신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분열된 당내 화합을 통해 위기의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선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의원은 계파 정치를 부인하며 화합을 내세웠다. 그는 '국회 입성 후 10년 동안 특정 계파나 세력을 등에 업고 정치를 한 적이 없다'며 '계파가 아니라 국민과 당을 위한 화합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적임자는 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화합의 토대를 위해 흐트러진 당 쇄신 작업도 과감하게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전했다.
3선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의원은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고 흩어진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지금 국민의힘이 반드시 해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제 23대 총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을 재도약시킬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힘을 하나로 묶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장동혁 책임론과 한동훈 복귀, 갈린 해법
이번 선거는 단순한 원내 사령탑 선출을 넘어선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 수습 방향을 결정하는 성격이 짙다. 당내에서는 장동혁 대표 책임론과 지도체제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중진과 재·보궐 당선인을 중심으로 지도부 쇄신 요구가 이어지는 반면, 장 대표는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며 물러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국회의원 자격으로 국회에 복귀하면서 당내 구도 변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친한계를 중심으로 당 재정비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당권파는 지도부 교체론에 거리를 두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향후 전당대회 구도와 보수 재편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 대표 거취를 두고 드러난 입장차
후보 간 가장 뚜렷한 차이는 장동혁 대표 거취 문제에서 나타났다. 김 의원과 성 의원은 지도부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김 의원은 '장 대표 역시 국민의 입장에서 깊이 성찰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 본다'고 했다. 성 의원도 '장 대표가 많이 헌신하고 일했지만, 국민이 선거를 통해 보여준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그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 당직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반면 정 의원은 '제 개인의 뜻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당내 합리적인 집단지성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의 복당 문제를 두고서는 세 후보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신중론을 폈다. 김 의원은 '한 의원은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대척점에 있는 범보수 진영의 자산'이라며 복당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공론화되고 성숙된 상황까지 가지 않아서 시간을 두고 복당 문제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 의원도 '한 의원은 자유우파의 중요한 자산'이라면서도 '절대로 서두를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정 의원은 '당내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구성 협상과 법사위원장, 차기 원내대표의 과제
이번 선거는 송언석 원내대표의 조기 사임으로 치러진다. 당초 오는 15일까지였던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나기로 하면서, 차기 원내지도부 구성도 앞당겨졌다. 송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사의를 밝히며 '국민의힘에도 더욱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혁신하면서 국민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내어주셨다'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당에도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기 원내대표는 당 수습과 함께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까지 책임져야 한다. 원내 전략을 총괄하고 여야 협상을 이끄는 자리인 만큼 상임위원장 배분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세 후보 모두 법제사법위원장은 제2당인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갑작스러운 일정, 당내 민주주의도 시험대에
국민의힘은 6일 원내대표 선거를 공고한 뒤 7일 후보 등록을 받는다. 선거는 9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진행된다.
다만 원내대표 선출 일정이 갑작스럽게 고지된 것을 두고는 당내 반발도 나왔다. 초·재선 의원 모임인 개혁 성향 '대안과 미래'는 입장문을 내고 '새 원내지도부 선출을 위한 공론화 과정은 없었고, 금요일 오후 느닷없이 공고가 났다'며 '우선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원내대표 선출 일정을 확정하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민심은 이미 낡은 보수 방식에 심판을 내렸다. 원내대표 선거가 당내 권력 재편의 각축장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구호가 아닌 실질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쇄신'과 '화합'이 권력 재편의 포장지에 그치지 않으려면, 당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부터 혁신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가 정말 원하는 것은 자리 바꿈이 아니라, 민심을 수용하는 정치의 근본적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