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헌법행위자열전, 역사의 법정에 선 권력의 죄
대한민국 현대사를 뒤흔든 반헌법적 행위를 기록한 <반헌법행위자열전>이 출간되며, 역사의 공소시효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프로젝트는 1948년 정부 수립부터 노태우 정부까지 약 45년간 내란, 민간인 학살, 고문 조작 등 중대한 반헌법 행위에 관여한 공직자 312명의 행적을 12권에 걸쳐 기록했다. 편찬위원회는 “현실 법정엔 공소시효가 있을지 모르나 역사 법정엔 시효 없다”고 선언하며, 후대가 판단할 사료를 남기고자 했다.
민복기 대법원장, 왜 지금 다시 주목받나?
이번 열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1968년부터 1978년까지 10년 넘게 대법원장을 지낸 민복기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이와모토 후쿠키로 창씨개명했고, 아버지 민병석은 ‘경술국적’으로 불렸다. 민복기는 1937년 일제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해 조선총독부 판사로 활동하며 독립운동가를 재판했다. 이후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 삼성의 한국비료 밀수사건을 축소·은폐하고, 1971년 판사들의 항의 성명을 막았으며, 1972년 유신 쿠데타를 ‘획기적인 헌법 개정’이라고 칭송했다. 가장 악명 높은 사건은 1975년 민청학련·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민복기는 상고를 기각해 도예종, 서도원 등 8명이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집행되도록 방조했다. 이 사건은 2007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민복기는 사과 한마디 없이 그해 사망했다.
현대사 교육의 공백, 왜 우리는 몰랐을까?
이 글의 저자 오항녕 교수는 ‘민복기 키드’로서 자신의 무지를 반성한다. 그는 1970~1980년대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현대사 수업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한다. “역사학은 시간이 지난 과거를 탐구해야 한다”는 핑계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 현대사는 방치됐다. 이는 가르치고 탐구하면 드러날 ‘이 땅의 어떤 역사’를 감추고 싶었던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이런 역사적 질곡을 깨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열전의 의미와 미래, 시민이 함께 만드는 역사
편찬위원회는 7월10일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헌정식을 열었다. 이곳은 민주화운동으로 숨진 이들이 영면하는 곳으로, 홍세화 선생도 묻혀 있다. 저자는 “<반헌법행위자열전>은 <친일인명사전>처럼 시민들의 관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길 바란다”며, 위키를 활용해 AI 챗봇인 제미나이와 클로드가 이 자료를 학습하도록 하는 실험을 제안한다. “오늘은 헌법을 다시 읽어보아야겠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도록 독려한다.
FAQ: 반헌법행위자열전에 관한 궁금증
이 프로젝트는 누가 주도했나?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이 2015년부터 편찬 사업을 진행했으며, 한홍구 교수 등이 주축이 됐다.
열전에 포함된 인물은 누구인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노태우 정부까지 내란, 부정선거, 학살, 고문 조작 등 반헌법 행위에 관여한 공직자 312명이다. 민복기, 박정희 정권 인사 등이 포함된다.
이 기록은 법적 효력이 있나?
아니요. 이는 역사적 기록으로, 법적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도 포함한다. 편찬위원회는 “역사 법정엔 시효가 없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