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면적 정확한 지도 사용 권고안 통과…미국만 반대
유엔 총회가 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도로 면적을 정확히 표시하는 새 지도 사용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미국은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결의안은 메르카토르 도법처럼 고위도 지역을 실제보다 크게 왜곡하는 기존 지도 대신, '이퀄 어스 도법'과 같은 등면적 도법을 정부, 교육기관, 국제기구, 기술기업이 채택하도록 장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메르카토르 도법 사용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왜 면적이 정확한 지도가 필요한가
지구는 3차원 구형이므로, 이를 평평한 2차원 지도로 옮기는 과정에서 면적, 거리, 방위, 형태 중 일부 왜곡이 수학적으로 불가피하다. 1569년 개발된 메르카토르 도법은 각도를 정확히 보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고위도로 갈수록 면적이 크게 과장되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그린란드, 러시아, 유럽, 북미 등은 실제보다 크게,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는 작게 표시돼 왔다. 예를 들어 그린란드의 실제 면적은 216만㎢로 아프리카(3천37만㎢)의 14분의 1에 불과하지만, 메르카토르 도법에서는 아프리카와 맞먹는 크기로 보인다.
이퀄 어스 도법,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
이퀄 어스 도법은 2018년에 개발된 비교적 새로운 등면적 도법으로, 면적 비율을 정확히 유지하면서도 형태 왜곡이 적어 보기에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GISS) 등 지구과학 기관들 상당수가 이미 이 도법을 사용하고 있다.
공동개발자 중 한 명인 보얀 샤우리치는 AFP에 “이퀄 어스 도법은 대륙의 상대적 표면적을 유지하며, 가능한 한 지구본에서 보이는 모양 그대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의 주도와 프랑스의 동참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 54개국은 지난 2월 이퀄 어스 도법 활용을 지지하는 입장을 냈고, 이번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다. 토고의 로베르 뒤세 외무장관은 “공정한 세계는 공정한 지도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는 교육에 지침이 되고, 상상력을 키우며, 집단적 인식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지도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왜곡된 이미지를 제시할 경우 세대를 거쳐 부정확한 인식이 영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결의안 통과 당일 메르카토르 도법 사용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미국, 러시아, 중국이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에 비해 시각적으로 과대 표시된다”며 “지도를 바꾼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왜곡된 표현을 바로잡는 것은 그 자체로 진실의 행위”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대와 향후 전망
미국은 표결 전부터 강하게 반대해 왔으며, 유일한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 대표 야리나 페렌치비치는 “이 기구는 국제평화, 번영, 좋은 관계 등 진정한 문제들에 집중하는 대신, 16세기에 만들어진 도법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며 “이런 조치들이 이 기관이 신뢰성을 잃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각도가 중요한 항공·해상 항법용 지도에서는 메르카토르 도법이 계속 사용될 것으로 본다. 결의안 자체에도 이러한 경우를 문제삼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번 결의안은 지도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과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자주 묻는 질문
이번 유엔 결의안의 법적 효력은?
이번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메르카토르 도법 사용을 금지하거나 일괄 교체를 강제하지 않으며, 각국 정부와 기관이 등면적 도법을 자발적으로 채택하도록 권고하는 수준이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완전히 사라지나?
아니다. 각도 정확성이 중요한 항공·해상 항법용 지도에서는 메르카토르 도법이 계속 널리 사용될 전망이다. 결의안도 이러한 용도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