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선거, 중도의 귀환… 양극단 정치에 내린 민주주의의 경고
극단을 향한 두 거대 정당의 독주, 유권자가 내린 심판
6·3 지방선거 이전, 수많은 한국인이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하자니 '공소 취소'를 비롯한 당의 오만과 억지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국민의힘을 찍자니 영영 장동혁 체제로 굳어져 보수가 재기 불능이 될 것 같았다. 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선거였다.
결과는 기묘했다. 민주당은 16곳 시도지사 중 12곳을 차지하고도 서울을 잃어 울고 있다. 서울을 차지한 국민의힘 역시 환호할 수 없는데, 장동혁 대표는 혁명군에 쫓기는 망국의 군주처럼 넋이 나간 표정이다. 민주당도 심판당했고, 국민의힘도 심판당했다. 제3 정당의 돌풍이 분 것도 아니다. 두 당 중심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두 당이 거의 승리를 나눠 먹고도 패자만 있고 승자는 없는 진기한 광경이 벌어졌다.
전투적 중도의 등장, 개인이 정당을 이긴 순간
마치 선거의 신이 개입한 듯한 결과를 보며, 그 신은 아마도 '중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정당이 아니라 오세훈, 한동훈, 유의동 개인이다. 그들은 오만한 집권당의 급조된 후보, 낡은 극우의 망령과 연대한 후보, 그리고 위선과 모순의 정신세계를 각각 격파했다. 이들 세 명은 중도 우파의 세계관을 대변했다.
극과 극이 맞붙는 선거에서 중도는 늘 착한 명분을 갖고 시작했지만 결실은 보잘것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박력 있고, 용감하고, 끈질긴 선거운동 끝에 역전승을 거둔 전투적 중도가 가능할 줄이야.
포용성 잃은 정당, 중도의 발톱을 마주하다
정치에서 중도는 오랫동안 계륵 같은 존재였다. 선거를 앞두고 모든 당이 '중도 확장'을 외치지만, 종국에 승부를 가르는 것은 양극단의 '결집'이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중도는 없다'고 했고, 어떤 이는 '중도는 이기는 편'이라며 기회주의와 동일시했다. 여당과 야당이 어느 정도의 포괄성을 담보하는 한, 민주주의가 그럭저럭 굴러가는 한에 있어선 중도는 굳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중도 좌파는 민주당을, 중도 우파는 국민의힘을 찍어왔다.
이번에는 달랐다. 예컨대 민주당 표밭으로 여겨졌던 2030 여성들이 대거 오세훈에게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을 찍은 것이 아니라 오세훈을 찍은 것이다. 그 이유를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극단적 언사의 남발을 들 수 있겠다. 60%쯤 옳을 수 있는 말을 110%의 확신으로, 일부러 모진 언어를 골라서 하는 버릇이 있다. 그런 언어에서 중도는 벽을 느낀다. 매일 누적되다 보면 속에서 어떤 묵직한 것이 치밀어 오른다. 딱 찍고 싶은 후보는 없어도 누구를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해진 상태에서 투표장에 나간다.
극단 논리의 함정, 민주주의는 협박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만약 이번 지방 선거가 이재명 대 장동혁의 구도로 치러졌더라면 12대4는 15대1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현재 중도가 마음을 주기 어려운 세 명의 정치인이 있는데, 3위가 이재명 대통령, 2위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 1위가 장동혁 대표라고 생각한다. 오세훈은 사실상 무소속이었다. 장동혁과 싸우지 않았으면 역전승은 없었다. 장동혁과 어울려 단 한 번만 유세했더라도 졌을 것이다. 중도는 포괄성을 잃은 두 정당에 염증이 났다. 평소에 안 세우던 발톱을 세워 확 긁어버린 것이 지난 선거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선거 결과에 실망이 컸던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삭제했다. 오세훈 지지율이 높은 강남 3구를 가리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