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가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직장과 주거, 여가가 하나로 어우러진 '미래도시'로의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당선 100일을 맞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직주락(직장·주거·오락) 콤팩트시티' 비전을 제시하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보존과 청년 정책, 대형 인프라 사업 추진 등 민선 9기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왜 '직주락 콤팩트시티'인가
전 구청장은 지난달 국무총리가 주재한 서울 구청장 간담회를 회상하며 "제발 집만 짓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과 집이 가까워야 자기 시간을 더 챙기고 여가생활을 하지 않겠나. 그게 미래도시가 구현할 삶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의 중심에는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추진 중인 서리풀 1·2지구가 있다. 이곳에는 2만가구 규모의 주택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 구청장은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앞으로 50년·100년을 내다보며 새로운 도시 하나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초 AICT벨트와 자족형 미래도시
서리풀지구는 양재 인공지능(AI) 특구와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지구를 잇는 '서초 AICT벨트'와 맞닿아 있다. 전 구청장은 이 입지적 강점을 살려 기업과 일자리를 유치하고, 생활 인프라까지 균형 있게 갖춘 자족형 미래도시로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양재는 수서 로봇특구, IT 기업들이 많은 판교와 테헤란로의 결절점에 해당해 입지가 좋다"며 "AICT벨트를 무대로 기업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교통 인프라, '뼈아픈 경험'의 교훈
전 구청장은 인구 증가에 걸맞은 교통 인프라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우면·내곡지구에서의 실패를 언급하며 "우면은 철도망이 부족했고, 내곡은 신분당선이 있지만 지구 안팎을 연결하는 도로망이 제때 갖춰지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 결과 극심한 교통난을 감수해야 했고, 도로망을 갖추는 데만 10년 넘게 걸렸다는 것이다.
그는 "서리풀지구는 지구계획 단계부터 도로와 철도, 대중교통망을 주택공급 계획과 하나의 시간표로 묶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벨트, 지키되 훼손된 곳은 제한적 활용
서초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넓은 면적(약 47㎢)을 자랑하지만, 동시에 그린벨트 면적(약 24㎢)도 가장 넓다. 행정구역의 절반가량이 그린벨트인 셈이다.
전 구청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주민에게 숲과 녹지를 제공하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보전 가치가 높은 그린벨트는 확실히 지키는 것이 원칙"이라고 못박았다. 다만 내곡동 일대처럼 비닐하우스와 농막 등으로 이미 훼손된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공공 목적을 위해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시다발 대형 사업, '중간 다리' 역할
서초 관내에서는 고속버스터미널, 남부터미널,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등 개발사업과 경부간선도로·반포대로 지하화, 위례과천선 같은 대형 인프라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전 구청장은 "어느 한 기관의 힘만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구가 서울시와 사업 시행자 사이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쾌속 시동 100일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며 "민간 복합개발 분야에서는 사업별로 사업자와 서울시, 구가 수시로 소통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의 눈높이에서 시작하는 변화
전 구청장은 특히 청년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청년들의 삶이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졌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하기 쉽지 않다"며 기성세대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민선 9기 출범 후 구는 청년들로부터 59건의 아이디어를 제안받아 10개 정책을 선정했다. 예술의전당·국립국악원의 잔여 좌석을 청년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방안과 러닝·등산 등 운동을 매개로 한 청년 관계망 지원 등이 포함됐다. 또한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멘토링과 관계망 형성 지원도 추진한다.
서초의 가을, 음악으로 물들다
한편 오는 19∼20일 반포대로 일대에서는 '서리풀뮤직페스티벌'이 열린다. 18일 예술의전당 음악광장 전야제를 시작으로 차 없는 거리에서 음악과 다양한 즐길 거리가 펼쳐질 예정이다.
전 구청장은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차 없는 반포대로를 마음껏 걸으며 음악도 듣고 그림도 그려보시길 바란다"며 "올가을 서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음악 축제의 즐거움을 누리고 오래 기억될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