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원 전 현대차 사장 74세 첫 동양화 개인전…시속 100km 인생에서 찾은 한국 경제 혁신의 답
정순원 전 현대자동차 사장이 74세의 나이로 첫 동양화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그는 40년간의 치열한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한국 경제 역시 기존의 빠르고 싼 제조 방식에서 벗어나 문화와 감성을 담은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경고하며, 반도체 호황에 안주할 것 없는 변화의 시대를 강조했습니다.
정순원 작가 74세 첫 개인전 '떨감'의 의미는?
현대자동차 사장, 현대로템 부회장, 삼천리 대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정순원 작가의 이름 앞에는 오랫동안 기업인과 경제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74세에 처음으로 문인화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전시 제목은 '떨감'입니다.
최근 서울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만난 정 작가는 전시 제목에 대해 감이 먹을 만한데 아직은 떫다는 뜻도 있고, 예술적으로 미성숙하다는 뜻도 담았다며 웃었습니다. 그는 찬 서리를 맞아야 홍시가 달짝지근해진다며, 삶도 예술도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먹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고칠 수 없습니다. 서양화는 덧칠할 수 있지만 동양화는 그렇지 않아요. 한번 그은 선은 그대로 남습니다.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한번 지나가면 역사로 남는 것이죠.
시속 100km에서 시골길로, 은퇴 후 찾은 나의 진짜 모습
정 작가는 지난 40여 년간의 직장 생활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라고 돌아봤습니다. 그는 이력만 놓고 보면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시절 정말 앞만 보고 달렸다며, 달리다 뜻하지 않게 발목을 잡히기도 했고 모함을 당한 적도 있었고 좌절했다가 다시 일어선 순간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은퇴 후에는 전혀 다른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정 작가는 이를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시골길로 접어든 것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속도가 40km, 30km로 줄어드니 그제야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내가 너무 바쁘게 살았구나 나 자신을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수묵화를 시작한 것은 금통위원 임기를 마친 뒤였습니다. 서양화는 집에서 그리기 어렵다고 느꼈고, 동양화라면 시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술 수업은 학창 시절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그는 붓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정 작가는 처음부터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냥 계속 그렸다며, 직장 생활하듯이 끊임없이 열심히 했더니 되더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갯벌을 그린 수묵화입니다. 물이 빠진 갯벌 위에 사람들이 일하고, 해는 지고 물은 곧 다시 차오릅니다. 정 작가는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살지만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며, 조금 있으면 물이 들어오고 그러면 배를 타고 떠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리 인생과 비슷하다며, 누구든 자라고 배우고 일하고 늙어서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고 덧붙였습니다. 삶은 그렇게 순환하는 것입니다.
현대차 왕자의 난과 금통위원의 시선
직장 생활을 하며 여러 굴곡을 겪었지만, 그에게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은 현대그룹 왕자의 난이었습니다. 2000년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 측이 갈등하던 당시 현대차 부사장이었던 그는 정몽구 회장을 지지하는 입장에 섰습니다. 정 작가는 심적으로는 엄청 힘들었지만 그 길이 바른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때 그 선택이 있었기에 오늘의 현대차그룹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통위원으로 일한 시간은 그에게 한국 경제를 가장 깊이 들여다본 시기였습니다. 정 작가는 금리 결정에 대해 모든 것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 종합예술에 가깝다며, 경제를 다룰 때도 때로는 이론만이 아니라 감성으로 접근해야 하고 사람들과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싸고 빠른 제조'를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지금의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헌물을 벗어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정해진 길을 빠르게 따라가고 표준화된 제품을 싸고 빠르게 만드는 힘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정 작가는 싸게 빠르게 남이 만든 길을 잘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중국이 그 역할을 훨씬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제는 제품 안에 기술뿐 아니라 문화와 감성, 생활에 대한 이해를 담아야 한다며, 제조업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산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호황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반도체 빅사이클이 끝나면 시련이 닥칠 수 있다며, 기회가 있을 때 빨리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기존의 구시대적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혁신과 인간 중심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은퇴 후 삶,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정 작가는 은퇴를 앞둔 기업인과 직장인에게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은퇴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그는 50대나 60대가 되면 은퇴 이후 삶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설계해야 하며, 준비 과정만 10년 정도가 걸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행도 도움이 되지만 여행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여러 곳에 가보고 느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때 의미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 작가는 바쁜 직장 생활로 여유가 없더라도 반드시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인문학 책이나 고전을 가끔 읽어보길 권했습니다. 어떤 책이든 그 속에는 배울 것이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정순원 전 사장이 첫 개인전을 연 나이와 전시명은?
정순원 전 현대자동차 사장은 74세의 나이로 서울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첫 동양화 개인전 '떨감'을 열었습니다.
정순원 작가가 한국 경제에 던진 혁신 메시지는?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싸고 빠른 제조업 방식으로 버틸 수 없으며, 제품에 문화와 감성을 담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산업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도체 호황에 안주하지 말고 빠른 탈바꿈이 필요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은퇴 후 삶을 위해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
정 작가는 50대나 60대부터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지 설계해야 하며, 준비 과정만 10년 정도 걸릴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인문학과 고전을 읽을 것을 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