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SK실트론 인수로 AI 시대 반도체 공룡 꿈꾼다
두산그룹이 SK그룹이 보유한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의 지분 70.6%를 2조 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인수는 두산이 에너지와 로봇을 넘어 반도체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인공지능(AI) 시대를 위한 기반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수 배경과 조건
㈜두산과 SK㈜는 3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매각 금액은 2조 3000억원 규모로, 향후 매매대금 조정 과정 등을 거쳐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번 거래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실트론 지분 29.4%는 제외됐습니다.
SK실트론의 경영 성과에 따라 초과 이익을 공유하는 조건도 계약에 포함됐습니다. 2027년부터 2034년까지 연도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목표를 초과하거나 주요 품질 인증, 미국 자회사 자산 처분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두산은 추가 대금을 SK에 지급하게 됩니다.
반도체 포트폴리오 완성
두산은 이번 인수를 통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웨이퍼, 동박적층판, 후공정 테스트'라는 완벽한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두산은 이미 AI 가속기용 CCL(동박적층판) 제품을 글로벌 빅테크에 공급하고 있으며,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등 후공정 영역을 주 사업영역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에 SK실트론이 가진 웨이퍼 제조 부문, 즉 반도체 전공정 부문이 합쳐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SK실트론은 1983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기업으로, 300㎜(12인치)와 200㎜(8인치)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판매합니다. 특히 12인치급 웨이퍼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약 2조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에 달했습니다.
AI 시대를 위한 전략적 결정
업계는 두산의 SK실트론 인수를 '두번째 전환'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2007년 밥캣을 인수하며 소비재 중심에서 기계·중공업 기업으로 탈바꿈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전통 제조업에서 벗어나 AI와 반도체 첨단 소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의했다는 분석입니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인수 계약으로 ㈜두산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실트론은 상장하지 않을 것이며,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래 전망과 과제
두산은 향후 실트론 웨이퍼 사업이 연평균 7%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2031년 실트론의 매출 목표를 약 3조원으로 잡고 있습니다. 두산테스나의 고객망과 실트론의 소재 공급력이 합쳐지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TSMC 등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게 패키지 형태의 사업 제안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두산은 이번 인수 과정에서 SK실트론 미국법인인 SK실트론CSS를 청산하기로 했습니다. 이 회사는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을 하는 회사지만, 올해 1분기에만 541억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두산으로서는 적자 부담은 덜고 수익성 높은 12인치 실리콘웨이퍼 가치만 취하게 된 셈입니다.
SK의 사업 재조정 마무리
SK는 이번 매각으로 그간의 사업 재조정(리밸런싱)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SK는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고 중복사업을 합치면서 그룹 계열사 수를 2년 만에 219개에서 151개로 줄였습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760% 증가한 3조 67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인수는 두산과 SK 모두에게 전략적 의미가 큽니다. 두산은 AI 시대를 선도할 반도체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고, SK는 사업 재조정을 통해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 두 기업의 행보가 한국 경제와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