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피크아웃 공포와 조정 기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래
지난 5일 '검은 금요일'을 시작으로 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 급등락을 반복하며 요동치고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주의 피크아웃, 즉 정점 이후 하락하는 시기라는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가는 최근 월가에서 제기된 비관론을 업황의 근본적 훼손이 아닌 단기 과열 해소 과정으로 본다. 오히려 혁신 기술을 향한 장기적 투자의 저점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미래 지향적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비관론의 배경: 중국의 공급 확대와 금리 불안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계 투자은행 BNP파리바는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 중반 고점을 찍은 후 내년부터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공격적인 생산 확대로 향후 1~2년 내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란 논리다.
여기에 최근 실적을 발표한 미국 브로드컴의 실적 전망치가 올 3분기 시장 기대인 172억 달러에 못 미치고,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고점론에 대한 불씨가 살아났다. 국내 시가총액 1, 2위이자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각각 6.06%, 7.54% 급락했다. 반면 지난 9일에는 8.97%, 15.91% 급반등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AI 혁신의 시작은 피크아웃이 아니다
증권가는 이익 모멘텀 등을 고려할 때 아직 피크아웃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4년 6월 세콰이어캐피털이 처음으로 AI 버블론을 제기한 이후 월가에서 주기적으로 고점론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사이클의 고객은 AI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향후 10년의 성장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견고한 수요층이라며 고점론을 일축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도 투심 회복에 힘을 보탰다. 황 CEO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AI 팩토리를 원하는 엄청난 수요를 목격하고 있으며 사업은 대단히 호황이라며,
우리는 이제 막 AI 인프라 구축의 시작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의 서막이 막 올랐다는 것이다.
구조적 성장과 주가 재평가 전망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반도체주 폭락은 메모리 업사이클 피크아웃이나 AI 수요 둔화 등 업황 악재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그간의 주가 폭등 및 쏠림 현상 심화에 따른 피로감 및 수급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고용 서프라이즈발 미국 시장 금리 상승이 과열 해소를 위한 조정의 명분을 제공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지난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각각 53만 원, 3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AI 서버의 메모리 요구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범용 메모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이 함께 오르며 실적 추정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SK증권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61만 원, 400만 원으로 유지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시대 메모리의 구조적 병목과 국내 업체들의 실적 강세는 단기에 변하는 가치가 아니다라며 급락 시점을 적극적인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메리츠증권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가시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주가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ADR은 6월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 승인 이후 8월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ADR 발행에 따라 마이크론을 보유한 펀드들의 즉각적인 편입이 발생하며 주가는 가파른 재평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삼성전자 목표가 55만 원, SK하이닉스 380만 원으로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형 반도체 성장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주가수익비율(PER) 할인 전환이 동시에 확인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핵심 비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 변동성과 중장기적 기회
다만 2분기 기업 실적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변동성 요인이 지속될 수 있다. 국내 선물옵션 만기일과 12일 예정된 기업가치 1조 7700억 달러 규모의 스페이스X 상장에 따른 글로벌 자금 이탈이 강화될 경우 코스피 단기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지표, 이란 사태, 스페이스X 상장 이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단기적으로 확인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조정 흐름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반도체 실적 기대감이 실적 전망이 구체화되는 6월 하순부터 재점화될 수 있어 그 이전 주가가 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단기적 조정은 오히려 혁신 주도주에 투자하는 미래지향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