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치 지각변동, '북부의 왕' 앤디 버넘 하원 재입성과 노동당 개혁
영국 정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앤디 버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이 하원에 재입성하면서, 리더십 위기에 빠진 키어 스타머 총리에 대한 교체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버넘 시장은 지역 주도의 혁신적 발전 모델인 '맨체스터주의'를 바탕으로 당내 개혁과 국가적 변화를 촉구하며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우익 세력 저지와 개혁 열망이 만든 압승
버넘 시장은 18일(현지시간) 그레이터 맨체스터 메이커필드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54.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되었다. 선거 전 여론조사인 45%를 훌쩍 넘기는 압승이다. 최근 기세를 올린 우익 영국개혁당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진보 진영의 전략적 투표와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력한 변화 열망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BBC 기고에서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후보 득표율 합산이 3%대에 그쳤다며, 우익 세력 반대와 총리 축출을 원하는 전략적 투표, 그리고 버넘의 행정 성과에 대한 지지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스타머 체제 도전, 노동당 대표 경선은 언제 열리나
버넘 시장은 당선 소감에서 총리직 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나라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음을 모두 알고 있다”며 “이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다. 우리에게 다음 기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리더십 교체론이 예상보다 훨씬 큰 힘을 얻은 셈이다.
노동당 규정상 당 소속 하원의원 20%인 81명 이상의 기명 지지를 받으면 당 대표에게 도전할 수 있다. 지난달 지방선거 참패 후 스타머 총리에게 사임을 요구한 의원이 약 1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경선 도전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머 총리는 “경선이 치러지면 나서겠다”며 퇴진을 거부하고 있어, 당내 민주적 경쟁 요구와 기득권 방어 사이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지역 혁신과 권한 이양, '맨체스터주의'란 무엇인가
버넘 시장의 핵심 정치 철학은 '맨체스터주의'(Manchesterism)다. 주택, 공공 인프라, 교통, 교육 등 시민의 일상에 밀접한 권한을 중앙에서 지역으로 이양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혁신 모델이다. 2017년 시장 취임 후 적극적인 시정과 코로나19 대응 등 뛰어난 행정 능력을 인정받으며 '북부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앙 집권적 권위주의가 아닌, 지역 사회와 시민의 자율성에 기반한 민주적 발전을 추구하는 그의 스타일은 구시대적 보수 관료주의에 대한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버넘의 정책 방향, 실용적 중도좌파의 청사진
그는 '기업 친화적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온건 좌파다. 근로자 소득세와 국민보험료, 부가가치세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2024년 총선 공약을 지키며 재정 규칙 준수를 약속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사회적 돌봄 개혁을 추진하며, 이민 문턱을 높이는 현 내각의 기조에 반대하지 않는 실용적 접근을 보여준다.
유럽연합(EU) 재가입을 주장하는 경쟁자 웨스 스트리팅 전 장관과 달리, 버넘 시장은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며 EU 재가입 검토 제안에 선을 그었다.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는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리더십이 그의 강점이다.
경선 경쟁자들의 면면은 어떠한가
먼저 당 대표 도전을 선언한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은 이미 81명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버넘 시장을 포함해 제대로 된 경선을 치르기 위해 기다렸다고 주장한다. '흙수저 신화'로 불리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온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 역시 잠재적 경쟁자로 꼽힌다.
버넘 시장이 하원 취임 선서 후 당내 지지층을 넓히기 위한 시간을 벌 경우, 경선은 내달 16일 의회 여름 휴회 이후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당 전국집행위원회(NEC)가 일정을 결정하며, 로이터 통신은 실제 투표까지 앞으로 2~3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앤디 버넘은 누구인가?
56세의 버넘은 리버풀 교외 노동자 가정 출신으로 15세에 노동당에 가입했다. 케임브리지대 졸업 후 31세에 하원에 입성했으며,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장관과 차관을 역임했다. 2010년과 2015년 당 대표 경선에 도전했으나 각각 에드 밀리밴드, 제러미 코빈에게 밀렸고, 이후 지역 정치에 투신해 성공적인 행정 성과를 증명했다.
노동당 대표 경선 출마 요건은 무엇인가?
노동당 규정에 따르면 현 대표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 소속 하원의원 20%의 기명 지지를 받아야 한다. 현재 하원의원 403명 기준 81명 이상의 지지를 확보한 의원이 경선을 요청할 수 있다. 스타머 총리는 사임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후보에 오르며, 도전자들은 당원과 노동조합 지지 조합원의 선호 투표제를 거쳐야 한다.
맨체스터주의가 영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중앙 집권적 권력을 지역으로 이양해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모델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경제 발전과 민주적 자율성을 보장하며, 획일적 통제에서 벗어난 지역 주도의 진보적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