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 15억원 이하 거래 80% 육박…'디커플링' 속 저가 쏠림 가속
정부의 8·3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 10건 중 8건이 15억원 이하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등 저리 정책대출이 가능한 6억원 이하 주택의 거래 비중이 크게 늘며, 강남권 초고가 시장과 중저가 시장 간 '디커플링(시장 분리)'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8·3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8월 이후 계약된 서울 아파트 중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약 7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15 대책 이전 10개월 평균 73.3%, 이후 10개월 평균 76.8%에서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왜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리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시가 15억원 이하는 최대 6억원, 15억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축소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대출이 가능한 15억원 이하로 수요가 집중됐다. 여기에 전월세난으로 임대차 시장이 얼어붙자, 특히 강북 지역의 저가 전월세 매물 부족이 매수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규 전월세 물건이 사라지니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생애최초 디딤돌대출을 받아 매수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며 “집값의 70%, 최대 3억2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이자도 연 3%대로 낮아 일반 주담대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6억원 이하 거래 비중 급증, 정책대출 효과 톡톡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등 정부 정책대출이 가능한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전체의 25%로, 10·15 대책 전 17.0%, 이후 20.5%에 비해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6억 초과~9억원 이하 거래도 23.2%에서 27.6%로 늘어난 반면, 9억 초과~15억원 이하 거래는 33.1%에서 26.3%로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9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 거래만 증가하고, 나머지 구간은 모두 비중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시세 9억~15억원 구간은 LTV 40%를 적용해도 대출액보다 많은 자기 자금이 필요해 내 집 마련 부담이 크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남 초고가 시장은 관망세…가격 하락 지속
2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8.3%에서 7.2%, 5.8%로 단계적으로 감소했다. 강남권 초고가 단지에서는 전고점 대비 10억~20억원 이상 싼 급매물이 늘고 있지만, 세제개편안의 국회 처리 불확실성과 보유세 부담 등으로 매수자들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서초구는 세제개편안 발표 후 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강북을 포함한 비강남 지역은 여전히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디커플링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최근 가격 상승을 주도하던 노원·도봉·강북 등지도 상승 피로감으로 둔화 조짐을 보이고, 강남권은 낙폭이 큰 단지부터 급매물이 소화되는 분위기여서 점차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제개편안이 국회에서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면 초고가 아파트 보유 1주택자도 내년까지 팔아야 절세가 가능해진다”며 “연말 이후에는 강남권 거래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시장 변화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주거 안정화 노력이 실제 수요층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과 후속 대책이 시장의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