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아트워싱 비판과 5·18 혐오 조롱, 민주주의를 묻는 이 시대의 과제
최근 한국 사회는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묻는 예술가의 목소리와 무의식적인 혐오에 경종을 울리는 시민의 요구 속에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습니다. 정은영 작가의 퐁피두센터 한화 아트 워싱 비판, 청소년 야구선수들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사태, 그리고 홍콩의 진보적 성범죄법 전면 개정까지. 이 세 가지 사건은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을 향한 우리 사회의 과제를 명확히 제시합니다.
한화 아트워싱을 비판하는 예술가의 실천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아트 워싱은 기업이 예술을 수단으로 자신들의 치부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는 행위를 뜻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정은영 작가가 최근 퐁피두센터 한화의 아트 워싱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퐁피두센터 한화를 운영하는 한화 그룹은 국내 최대 규모 방위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퐁피두센터 한화가 아트 워싱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은영 작가는 '철회하라, 한화' 집회에서
피로 얼룩진 자본 위에서 예술하기를 거부한다. 예술이 살인과 폭력, 학살과 절멸의 만행을 세탁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과 2018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저명한 예술인이 보이콧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페미니스트 예술가의 양심과 자본의 경계
정은영 작가는 지난해 활동가 해초(김아현)에게서 가자지구의 비극을 직접 듣고 깊은 미안함을 느꼈지만, 그것만으로 행동에 나선 것은 아닙니다. 그를 행동으로 이끈 것은 평생 쌓아온 페미니스트 예술가로서의 의식이었습니다. 유학 시절, 영어가 힘들어 이론 공부에 지장이 생겼을 때 실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한 그에게 스승인 페미니스트 미술사학자 그리젤다 폴록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페미니스트는 실천을 뒤로 미루는 사람이 아니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너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안 할 거면 한국으로 돌아가라.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정은영 작가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계속 죽어가는 상황에서 눈을 감을 수 없었고, 자신의 작업이 늘 실천에 관한 것이었기에 이번에 실천하지 않으면 양심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거대 기관에 저항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는 문화예술의 자생력과 회복력, 예술인들이 지켜온 최소한의 윤리적 가치를 믿기에 두렵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기업과 블랙리스트 그 무엇도 예술가의 주체적 실천을 막을 수 없다는 선언입니다.
물론 기업이 예술의 큰 후원처라는 현실은 아트 워싱 논쟁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정은영 작가 역시 2013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그는 급전이 필요해 보이콧을 할 수 없었지만, 지켜야 할 선은 고민했다고 밝혔습니다. 에르메스재단은 기업과 잘 분리되어 예술가를 존중했으나, 퐁피두 한화의 이번 건은 선을 넘었다는 것이 그의 판단입니다. 페미니스트로서의 자각을 바탕으로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반대의 현장에 서고 있다는 사실은, 윤리적 실천이 어떤 형태로 드러나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의도 없는 혐오'가 5·18 민주화운동 조롱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최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소속 일부 학생 선수들이 광주제일고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쳐 파문이 일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을 빗댄 이 조롱은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것으로, 교육계와 야구계 등에서 강력하게 대응했습니다. 배재고 학생선수들은 6개월 출전이 정지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특별한 의도 없이 한 행위에 과도한 대응이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지원 젠더데스크의 칼럼은 특별한 의도 없음이 종종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합니다. 멕시코 축구 팬들이 상대 골키퍼가 골킥을 할 때 '푸토'라는 혐오 단어를 외치는 관행이 대표적입니다. 별 뜻 없이 재미로 외친다는 변명은, 겁이 많고 남자답지 못한 남자와 동성애자를 연결 짓는 뿌리 깊은 편견을 은연중에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FIFA의 징계와 멕시코 내부의 반성 요구는 이런 맥락에서 출발합니다.
일상화된 혐오에 대처하는 제도적 설계의 필요성
영국은 축구범죄법을 통해 인종차별적 구호 제창을 금지하고, 유럽축구연맹은 혐오 구호를 외치는 팀의 홈경기 관중석 일부를 비워두는 징계를 내립니다. 2022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팬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조롱하며 '푸틴'이라고 외쳤다가 관중석 5000석 폐쇄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광주 출신을 특별한 의도 없이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5·18에 대한 조롱과 비하가 보편화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혐오라는 감각조차 마비될 정도라면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것입니다. 경기장 내 혐오 방지 조치도 중요하지만, 혐오가 경기장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근본적인 차단 제도 설계가 시급합니다. 과거 보수 정권의 폭압과 왜곡 속에서 5·18의 진실이 제대로 교육되지 못한 현실 또한 이러한 무의식적 혐오의 배경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제도와 교육의 혁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홍콩은 성범죄 법률을 어떻게 혁신하고 있나요?
홍콩 당국이 강간죄 성립 요건에 '동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동성 강간과 16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행위를 범죄화하는 등 성범죄 관련 법률의 전면 개정에 나섰습니다. 홍콩 보안국은 형사죄행조례 개정안을 제출하고 1개월간 공개 의견 수렴에 돌입했습니다.
동의 개념 명시와 미성년자 보호 강화
현행법에는 강간죄 성립 요건으로 '동의하지 않은 경우'와 '동의 여부를 무시한 경우'가 규정되어 있지만, 정작 '동의'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동의가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한 행위에 대한 동의가 다른 행위에 대한 동의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11가지 상황도 명시했습니다.
강간죄의 범위도 대폭 확대됩니다.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여성도 강간죄의 주범이 될 수 있도록 성별 특정을 없앴으며, 이는 사실상 동성 강간을 범죄화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또한 성행위 동의 가능 연령을 16세로 통일하고, 16세 미만 아동 전체를 아우르는 성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최고형을 종신형으로 높였습니다. '그루밍' 행위도 최고 10년형의 신설 범죄로 명문화됩니다. 시대 변화에 뒤처진 법을 바로잡으려는 이번 개정은, 아시아 인권 법률의 진보적 전환을 보여줍니다.
청년 감독들의 시선이 사회를 어떻게 비추나요?
미쟝센단편영화제는 현재를 관통하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거나 유머를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새로운 감독들의 실험적 시선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올해 상영작 중 눈에 띄는 작품들은 청년 세대의 감각으로 사회의 그림자를 드러냅니다.
오지인 감독의 '스삐디!'는 빠르기만 강조되던 1989년 서울의 풍경 속에서 아이가 기묘한 긴장감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오소영 감독의 '부력'은 신체검사 결과를 마주하는 소녀의 위축된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무심한 말이 남긴 상처와 뒤늦은 위로를 전합니다.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김근호 감독의 '월남보살'은 무속과 디아스포라를 결합하여 전통과 디지털, 한국과 베트남이 공존하는 젊은 감각을 보여줍니다. 정빛아름 감독의 '배우는 엄마'는 엄마라는 역할 뒤에 가려진 꿈을 조명하며, 실패가 극복해야 할 상처가 아니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근육임을 증명합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한국 영화에서 흔치 않았던 여성 캐릭터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아트 워싱과 무의식적 혐오, 우리는 어떻게 실천해야 하나요?
아트 워싱이란 무엇인가요?
아트 워싱은 기업이나 기관이 예술 후원 등을 수단으로 자신들의 치부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세탁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무기 판매 등으로 비판받는 기업이 문화예술 후원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려 할 때 주로 제기되는 비판입니다.
5·18 조롱 사태가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의도 없이 5·18을 조롱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운동에 대한 비하가 일상화되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혐오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위험수위에 다다랐음을 의미합니다.
홍콩 성범죄법 개정의 가장 큰 의의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법적 정의가 모호했던 '동의'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성별에 제한을 두던 낡은 법의 틀을 깨뜨린 점입니다. 동성 강간 범죄화와 미성년자 그루밍 행위 처벌 신설 등은 인권과 성평등 측면에서 큰 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