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든 노래가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석권했다. 프로젝트 그룹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이달 초 멜론 톱 100에 진입한 뒤 최고 3위까지 오르고 15일 4위를 기록했다. 기계가 만든 음악이 히트곡들을 제치며 대중문화 산업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신호다.
경향신문은 16일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AI 음악의 확산 속도와 저작권·수익 정산이라는 제도적 공백을 함께 조명했다. 기술은 앞서 가는데 규칙은 뒤처진 상황, 창작 생태계의 미래를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 음악 '머무르'는 어떻게 태어났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AI 음원 제작 프로그램 '수노(SUNO)'에 명령어를 입력해 만든 곡이다. 가사는 인간이 직접 썼지만 기본적인 작곡과 가창은 AI가 맡았다. 여러 차례 수정과 소스 덧대기를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곡을 제작한 글로리웨이브(이용석·최성혁)는 길구봉구, 황치열 등과 10여 년간 작업해 온 작사·작곡 팀이다. 이들은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AI를 달갑지 않게 봤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 수노를 접했을 때는 장난감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지난해 겨울 다시 사용했을 때는 달라진 수준에 놀랐다.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면 빨리 이해하고 직접 사용해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머무르 프로젝트는 가수와 소속사의 요구에 맞추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부터 제작까지 방향을 직접 정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AI 덕분에 편곡, 연주자 섭외, 가이드 보컬 녹음 같은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다양한 멜로디를 빠르게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AI가 모든 일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특정 구간만 정교하게 수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리웨이브는 결과물을 기존 제작 프로그램으로 가져와 멜로디를 직접 다시 부르거나 구성을 손본 뒤 다시 AI에 넣는 방식으로 단점을 보완한다. 이들은 이렇게 정리했다.
AI 음악이 음악 제작 과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는 음악을 만드는 기술보다 어떤 음악을 만들지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
AI 음악은 얼마나 퍼지고 있나
통계가 확산 속도를 보여준다. 지난 3월 감사원이 음악저작권협회 관리대상 곡을 분석한 결과, 표본의 60%가 AI를 활용해 작곡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스트리밍 업체 디저의 경우 하루 올라오는 AI 생성곡이 지난해 1월 1만곡(전체의 10%)에서 올해 1월 6만곡(약 39%)으로 늘었고, 6월에는 약 9만곡으로 처음 절반을 넘었다.
음악만이 아니다. AI로 제작한 가상 인물과 배경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공중파 TV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영화계에서도 유명 감독들이 AI를 활용한 단편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AI로 자신을 재창조한 지아장커 감독의 실험은 이 변화가 이미 개인적 차원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저작권과 정산, 제도는 공백 상태
기술의 발전 속도와 달리 제도는 뒤처져 있다. 글로리웨이브는 머무르의 곡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신탁 등록하지 않아 일반적인 작사·작곡·편곡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음원 유통 수익만 유통사를 통해 정산받는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신지영 실장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AI 활용 음악 신탁기준 토론회에서 정산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음원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저작권료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
멜론 측에 따르면 AI 음원으로 발생한 수익금 중 저작권료 부분은 아직 미 정산금 형태로 남아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8월 인간 창작자가 실질적으로 참여한 AI 활용 음악의 신탁 등록 기준을 발표했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글로리웨이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