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소프트웨어 기업을 죽인다? 오히려 살렸다, 美 4대장 실적이 증명
2026년 초, 월스트리트는 인공지능(AI)이 미국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AI가 기존 IT 서비스를 대체하고, 소프트웨어 개발과 지식 노동까지 대신하면서 관련 기업의 일감을 모두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 시장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AI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죽이는 대신, 그들의 가치를 오히려 끌어올리고 있다.
이른바 'AI의 역설'이 현실이 됐다. AI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에이전트'(AI 비서) 시대로 진화하면서, 기업들은 AI 비서를 기존 업무 시스템과 연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을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AI는 기존 소프트웨어 위에서 돌아갈 수밖에 없고, 이들 기업은 AI 시대의 '문지기'로 부상했다.
소프트웨어 4대장, 어떻게 AI 시대를 맞았나
시장은 'MNCC'로 불리는 소프트웨어 4대장, 마이크로소프트(MS), 서비스나우, 세일즈포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반등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 한 달간 이들 기업의 주가는 나란히 20% 이상 급등했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가 오히려 이들의 성장 동력이 된 셈이다.
세일즈포스, AI 에이전트로 매출 급증
세일즈포스는 AI 역설을 실적으로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다. 2027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113억4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이상 증가했다. 핵심은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포스'다. 이 플랫폼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15억달러를 돌파하며 240% 성장했다. ARR은 넷플릭스 월정액처럼 고객이 매달 내는 구독료를 1년치로 환산한 지표로, 소프트웨어 기업의 미래 수익성을 보여준다.
에이전트포스는 2024년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수익원이다. AI 비서가 실제 완료한 업무량을 뜻하는 '에이전틱 워크 유닛'은 32억개를 달성했다. AI 비서의 업무량이 늘수록 플랫폼 사용량이 증가하는 구조가 실제 숫자로 드러난 것이다. 실적 발표 후 주가는 22.6% 급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 AI 비서로 '깜짝 실적'
마이크로소프트는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 900억1000만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4.74달러를 기록하며 월가 예상치를 각각 2.7%, 11.8% 웃돌았다. AI 비서 '코파일럿 유료 시트'는 3000만개를 돌파했다. 1시트는 기업이 구매한 사용자 1자리(라이선스)를 뜻한다.
더 중요한 지표는 상업용 잔여이행의무(RPO)다. RPO는 고객이 이미 계약하고 대금을 약속했지만 아직 매출로 인식하지 않은 미래 수익의 총합이다. MS의 RPO는 6780억달러로, 기업들이 수년치 클라우드와 AI 구독 계약을 한꺼번에 맺고 있다는 증거다. 코파일럿은 기존 '오피스365' 등에 AI 기능으로 녹아들어, 고객을 더 높은 요금제로 유도하고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AI 보안의 새로운 기회
AI 비서가 기업 내부 시스템에 접근하는 순간, 새로운 해킹 통로가 열린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런 'AI발 사이버 위협'을 막는 보안 인프라스트럭처 회사다. 2027회계연도 2분기 순증 ARR은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한 3억328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AI 탐지·대응(AI DR) ARR은 전 분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조지 커츠 CEO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