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첫 참여한 서울퀴어퍼레이드, 다름이 연대로 그린 미래
제27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지난 27일 한국퀴어영화제의 폐막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던 서울퀴어퍼레이드는 13일 을지로입구역에서 종각역 사이에서 진행됐으며,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조직 차원에서 처음으로 참여했다. '교집합: 다름을 연결로'라는 구호 아래 70개 부스가 선 연대의 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여전히 지연되는 현실 속에서도 존재의 권리와 다양성, 평화를 향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70개 부스가 그린 연대의 지도
사회적 소수자가 어디서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다. 당사자 중 누군가 세상을 떠나야 겨우 목소리를 낼 기회를 얻고, 그것도 잠시뿐이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이런 우울한 현실 속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성소수자와 연대자가 함께 모여 당당하고 흥겹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유쾌하고 통쾌한 자리다.
본디 '기이한', '괴상한'이라는 뜻의 '퀴어'는 한때 성소수자를 향한 멸칭이었으나, 이제는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모두 아우르는 애칭이 됐다. 이번 퀴어퍼레이드 행사장을 둘러보며 무엇보다 퀴어가 일구어온 연대의 폭을 느낄 수 있었다. 70개의 부스에는 성소수자 단체 외에도 인권, 장애, 노동, 농민, 평화, 종교, 여성 등 다양한 시민단체와 여러 나라의 대사관이 들어왔고, 행사장 밖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렸다. 퀴어퍼레이드는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자가 함께 만드는 축제의 장이었다.
녹색연합의 첫 조직적 참여, 왜 지금인가
환경단체 녹색연합도 이번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다. 이전에도 활동가들이 개별로 참여하긴 했지만, 조직 차원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퀴어축제의 구호는 '교집합: 다름을 연결로'였고, 녹색연합은 '41번 부스'에서 녹색과 퀴어를 연결했다. 퀴어는 녹색과 만나 '다름'의 대상을 비인간 존재로 확장했고, 녹색은 세상의 다채로운 '다름'과 만나 더 넓은 연대를 다짐했다.
현실에서 세상을 읽는 방식은 여전히 이원론이 우세하다. 이원론적 관점은 무엇이든 양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간은 남성과 여성, 백인과 유색인 등으로, 세상은 인간과 자연 등으로 나눈다. 둘로 나누고 나면 한쪽은 우월(정상)하고 다른 쪽은 열등(비정상)하다는 딱지를 붙이며 위계를 만든다. 열등한 쪽은 사회적 소수자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원론적 관점은 '우'가 '열'을 지배하고 '열'은 '우'에 복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완결된다. 상대의 다름을 '틀림'으로 단정하고 '나'만을 표준으로 주장하는 위계 이원론은 전체주의이자 폭력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낡은 보수적 질서를 옹호하는 논리이며, 민주주의와 다양성의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자연이 들려주는 다양성의 정치
세상의 모든 것은 자기 목소리와 자리가 있다. 자기 목소리와 자리를 가질 권리는 존재 자체에서 오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존재의 권리'다.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와 자리를 빼앗는 차별과 혐오는 법으로라도 막아야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은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차일피일 미루어져 왔다.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 비인간 존재들도 자본주의가 추동하는 성장주의와 개발주의에 자기 목소리와 자리를 빼앗기고 효용과 개발의 대상으로만 취급된다. 있는 그대로 존재할 권리는 사회적 합의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 존재하면 누리는 보편적 권리다.
이원론적 관점과 달리 세상은 칼로 두부 베듯 양분되지 않는다. 퀴어는 성과 젠더가 '정상'과 '비정상'으로 양분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생물다양성의 자연은 이원론자가 아니라 퀴어의 손을 들어준다. 숲과 산, 강과 갯벌과 바다, 어디를 둘러봐도 자연은 다양성으로 가득하다. 이수지의 저서 자연스럽다는 말에 따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