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사무총장 “한국, 아세안에서 만드는 공급망 넓혀야”
까으 끔 후은 아세안(ASEAN) 사무총장이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 방향을 ‘한국이 아세안에서 만드는 제품(Made by Korea in ASEAN)’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디지털 전환을 핵심 과제로 꼽으며, 양측의 협력이 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까으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제59회 아세안 데이를 맞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세안 본부에서 한-아세안센터(AKC) 주관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를 가졌다. 캄보디아 출신인 그는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2023년 1월 제15대 아세안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한-아세안 관계의 현주소와 미래 과제
까으 사무총장은 양측 관계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CSP)로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다양한 협력 틀을 통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올해 6월부터는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AKFTA) 업그레이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정부 간 협력에 머물지 않고 양측 국민이 체감할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CSP 이행을 위한 ‘2026∼2030 행동계획’의 실제 이행을 강조하며, 교역과 투자 확대, 관광과 연계성 강화를 주문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정책에 대한 아세안의 대응
미국과 아세안은 내년 대화 관계 수립 50주년을 맞는다. 까으 사무총장은 미국이 여전히 중요한 투자국이자 시장이며, 디지털 경제 구축에 필요한 기술 측면에서 핵심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세안은 특정 파트너를 편애하지 않는다”며 모든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아세안 이익에 부합한다고 선을 그었다.
아세안은 한국, 중국, 일본, 호주·뉴질랜드, 인도, 홍콩 등과 7건의 FTA를 체결했으며, 캐나다와는 북미 국가와의 첫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아세안 상품무역협정(ATIGA) 업그레이드에 서명했고, 중국과는 ‘아세안-중국 FTA 3.0’ 업그레이드 비준을 진행 중이다.
공급망 재편 속 한국과의 협력 분야
까으 사무총장은 가장 시급한 분야로 에너지를 꼽았다. 아세안에너지센터(ACE)는 아세안 에너지 수요가 2045년까지 2.6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한국의 아세안 전력망(APG) 투자를 희망하며, 장기적으로 약 8천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량 안보도 중요하다. 지난 5월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제48차 아세안 정상회의의 핵심 우선순위 가운데 하나였다. 디지털 전환도 빼놓을 수 없는데, 한국은 인공지능(AI)과 관련 기술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췄다. 디지털경제 기본협정(DEFA) 체계 안에서 아세안의 디지털 경제 규모를 2030년 최대 2조달러까지 키울 것으로 기대한다.
SMR 원전 협력과 과학기술 분야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 까으 사무총장은 “안전 요건을 충족하고 에너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면 관심 있는 회원국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관심을 보이는 대표적 국가이며, 이유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과학기술혁신 분야에서는 재난관리와 사이버 안보를 특히 중요하게 꼽았다. “최근 재난의 강도와 빈도가 커지고 있고, 한국은 사이버안보에서 뛰어난 역량을 지녔습니다.”
한국이 아세안에서 가교 역할을
까으 사무총장은 한국이 아세안+3 국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왔다며, 서울에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이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의 가교가 되어 공급망 등 여러 난제를 함께 풀어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이를 지키기 위해 계속 투자해야 모든 국민을 위한 번영도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