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한글학교 교감이 일군 기적: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빛난 교육의 힘
인도 수도 델리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산업 지대 '그레이터 노이다'는 LG와 삼성 등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협력업체와 제조 공장이 밀집한 현지 경제의 중심지입니다. 이 낯선 산업 현장에서 재외동포 자녀들의 정신적 뿌리 역할을 하는 교육 기관이 있습니다. 올해로 인도 거주 및 교사 경력 7년 차인 이은주 교감이 실무를 총괄하는 그레이터 노이다 한글학교입니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피어난 교육의 꽃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6 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 참석차 최근 방한한 이 교감은 지난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지향적 교육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는 주재원 남편을 따라 인도에 정착한 직후 한글학교 평교사로 합류했습니다. 이후 교단의 기초를 다진 뒤 최근 3∼4년간 교감직을 맡아 동포 자녀들을 위한 기초 한글 교육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교감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동포 청소년들의 성장 주기에 맞춘 체계적인 학제 개편과 커리큘럼의 고도화입니다. 그는 과거 초등·중등부 위주로 단절된 교육 과정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접할 수 있는 유치부와 고등학교 졸업 시까지 학습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돕는 고등부를 신설했습니다.
맞춤형 입시 커리큘럼으로 학부모 호응 얻다
인프라가 풍부한 인근 신도시 구르가온과 달리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그레이터 노이다의 특성을 고려해 고등부에서는 어학 수업을 넘어 맞춤형 입시 커리큘럼까지 제공했습니다. 본국 대학 진학이나 유학을 원하는 동포 자녀들을 고려한 것입니다. 한국의 최신 시사 이슈를 반영한 신문 사설 토론, 대입 논술을 위한 에세이 작성, 실제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면접 시뮬레이션과 자기소개서 첨삭 등을 진행해 현지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재학 중인 50여 명의 학생 중에는 한국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자녀들도 5명가량 포함돼 있습니다. 현지 국제학교에 진학한 이후 영어 습득을 이유로 학교 측으로부터 가정 내 한국어 및 힌디어 사용을 금지당해 언어 혼선을 겪던 한 다문화 학생을 위해 개인 시간을 쪼개어 밀착 화상 수업을 진행하는 등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독서 클럽에서 피어난 변화의 바람
그레이터 노이다 한글학교의 미래지향적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2024년 2월부터 교사들의 자발적인 기획과 참여로 도입된 '온라인 독서 클럽'입니다. 인도 현지 특성상 한국어 도서를 구하거나 전자책에 접근하는 게 제한적인 상황이었지만, 이 교감과 동료 교사들은 사비를 털어 한국 도서를 구매했습니다. 독서 클럽에 참가한 중고생들은 1년여 만에 70권이 넘는 한국어책을 완독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본 중등부와 초등 저학년부 학생들도 독서 클럽에 참가하게 해달라며 먼저 요청해 올 정도로 독서 열풍이 학교 전체로 퍼졌습니다.
이러한 현장의 자발적인 노력은 외부 유관 기관의 움직임까지 끌어냈습니다. 올해 초 델리에 문을 연 인도한국교육원 측이 현장의 사연을 접하고 한국어 도서 30여권을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소규모 학교의 놀라운 성과: 골든벨 대회 수상
언어 교육과 독서의 힘은 대외적인 성과로도 나타났습니다. 학생 수가 수백 명인 대도시 한글학교와 달리 전교생이 50명 남짓한 소규모 학교이지만, '서남아시아 골든벨 대회'에서 세 차례 최우수상과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구조적 과제: 재정난과 교사 처우 개선
최근 인도에서는 주인도 한국대사관 주도로 한글학교와 한국교육원, 세종학당 등 소속 부처가 달라 소통이 다소 원활하지 못했던 유관 기관들이 정기 협의회를 구성하고 소통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이 교감은 '정부가 재외동포 교육 환경 개선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현지 기관들의 유기적 거버넌스가 정착된다면 미래지향적인 교육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성과 이면에는 구조적 과제도 여전합니다. 한글학교 교사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 4시간가량 교단에 서고 있지만, 그들이 받는 봉사료는 하루 3천루피(약 4만7천원) 정도로 상징적인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교감은 한글학교의 성과가 알려지면서 교사로 일하고자 하는 지원자는 늘어났지만, 사명감과 봉사 정신에만 의존해 우수한 인력을 지속해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습니다.
재정적 어려움 또한 학교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재외동포청으로부터 연간 7천∼8천 달러(약 1천만원) 수준의 운영비를 지원받지만, 예산 책정 시 학생 수와 교사 수 등이 주요한 기준이라서 소규모 학교는 예산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 교감은 '지원금의 절반 이상이 매달 꼬박꼬박 지출되는 건물 임대료로 나가는 실정이라 아이들을 위한 교육 기자재 확충조차 버거웠다'며 '대사관의 협조를 받아 임대인 측에 전달하는 노력 끝에 임대료를 일부 삭감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교사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사비를 들여 필리핀 등에서 열리는 아시아 한글학교 교사 연수에 참여하는 등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글학교의 미래는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에 있다
이 교감은 재외동포 뿌리 교육의 본질은 결국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글학교 교사는 아이들의 영혼과 정체성을 품는 깊은 인간애와 헌신이 없으면 단 한 주도 버텨내기 힘든 자리'라며 '척박한 땅에서 기적을 만드는 교사들과 아이들이 있는 한 한글학교의 미래는 언제나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