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투쟁 1000일, 징역 3년 구형의 의미는
"여기 오려고 콜택시를 불렀는데, 이용하려는 장애인이 많아 1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취소했습니다. 지하철을 탔지만 중간에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제시간에 올 수 없었습니다. 비장애인이 1시간이면 갈 거리를 3시간이 걸려서 왔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 문애린의 절절한 호소가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검찰은 그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1000일간 이어온 투쟁이 중범죄로 규정된 것이다.
1000일 투쟁의 무거운 대가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펼쳐왔다. 2026년 1월 19일로 정확히 1000일을 맞았다. 그동안 수많은 활동가가 기소됐지만, 전차교통방해죄로 선고를 앞둔 것은 문애린과 한명희가 처음이다.
전차교통방해죄는 형량이 '1년 이상 유기징역'인 중범죄다. 특수상해, 인신매매와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처벌을 넘어 장애인 인권운동 전체에 미칠 파장이 크다.
헌법적 가치와 사법부의 충돌
변호인단은 전차교통방해죄의 엄격한 해석을 요구한다.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지하철 시설물을 손괴하지 않았고 철로에 진입하지도 않았다"며 "스크린도어에 서서 지하철 출발을 지연시킨 행동이 교통안전을 위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더 큰 우려는 집회시위의 자유 위축이다. 김동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든 법 변호사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척도"라며 "소수자일수록 제도권 정치에 요구할 수 있는 통로가 적기에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가 더 강하게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투쟁이 만든 변화
전장연의 투쟁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가 확대됐고, 이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아차를 끄는 부모, 노인 등 모든 시민이 함께 이용하고 있다. 소수자가 만든 길을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향유하는 대표적 사례다.
흥미롭게도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전장연이 탑승 시위를 중단했던 2023년 1월에도 지하철은 216번 지연됐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 지연은 전장연의 시위만큼 비난받지 않는다.
미래를 위한 선택
문애린은 "거창하게 장애인 권리를 위해 싸운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장애인에게 기회가 좀 더 주어지는 환경을 동료들과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단순하지만 절실하다.
1월 29일 선고를 앞둔 지금, 우리 사회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소수자의 절실한 외침을 범죄로 규정할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필요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 판결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