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제로, 월 55조 처리하며 '차세대 금융 인프라' 입증
임종규 APAC 총괄 "한국 금융, 글로벌 토큰화 흐름의 골든타임 놓치면 안 돼"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기술적 연결이 아닙니다. 전 세계 파편화된 자본을 하나로 잇는 '차세대 금융 배관'을 까는 것입니다."
임종규 레이어제로(LayerZero) 아시아 총괄이 밝힌 이 비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실제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압도적 시장 점유율로 입증된 기술력
레이어제로 프로토콜을 통해 처리되는 월간 거래 규모는 약 50조원에 달한다. 이는 주요 경쟁사들의 월 거래량 2조원 대비 20배가 넘는 압도적인 수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장 지배력이다. 체인간 메시지 전송량 기준 약 90%, 전송 금액 기준으로는 약 70%를 레이어제로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 150개가 넘는 블록체인을 지원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만 600개를 넘어섰다.
기존 브릿지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다
기존 블록체인 브릿지 기술은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A은행의 돈을 B은행으로 보낼 때 중앙의 단일 장애 지점을 가진 스마트 컨트랙트가 원본을 묶어두고 복사본 형태의 합성자산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레이어제로의 OFT(Omnichain Fungible Token) 표준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자산을 한 체인에서 소각하고 다른 체인에서 동일하게 발행하는 '네이티브 소각·발행 방식'을 통해 유동성 파편화를 방지한다.
"OFT는 자산을 복사하는 게 아니라, 보내는 쪽에서 소각하고 받는 쪽에서 원본을 발행하는 '잘라내기-붙여넣기'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 솔라나, 아비트럼 등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에도 단일한 유동성을 유지하는 글로벌 금융망 구현이 가능합니다."
한국 금융권에 던지는 혁신의 메시지
임 총괄은 한국 금융권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한국은 높은 암호화폐 수용성과 세계적 핀테크 경쟁력을 갖췄지만,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내수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 핀테크 기업이 레이어제로 기술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KRWQ)을 선보인 사례는 한국 금융권에 대한 '경종'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전 세계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고 국경을 허물고 있는데, 한국은 규제 불확실성으로 주도권을 뺏길 위기입니다. 한국 금융당국과 기관들이 글로벌 표준에 맞춰 과감하게 움직여야 할 '골든타임'입니다."
아시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허브를 꿈꾸다
레이어제로는 '아시아 스테이블코인 얼라이언스(ASA)' 컨소시엄을 통해 아시아 전반의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출범 행사에는 알리바바 계열사 앤트그룹, 와이오밍 주정부 스테이블코인, 아발란체, 솔라나 재단 등이 참여해 800명이 넘는 참석자가 몰렸다.
임 총괄은 "2026년은 레이어제로 아시아 전략에 결정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블록체인이 실질적인 '금융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레이어제로가 제시하는 미래 금융의 비전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이 이 변화의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과감한 혁신과 개방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