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병기 의원 사태로 본 지방자치제의 구조적 한계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지방자치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국회의원 한 명의 과도한 영향력이 어떻게 기초의회 전체를 마비시키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의회 독립성을 흔든 '왕 노릇'
문제의 발단은 2020년 11월 서울 동작구의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 소속 조진희 구의회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접수되면서 구의회는 한동안 파행 운영됐다. 표면적으로는 예결위원장 선출 과정에서의 갈등이었지만, 실제 원인은 김병기 의원의 과도한 개입에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치된 증언이다.
"국회의원 하나 때문에 구청을 견제해야 할 의회가 완전히 개판이 됐다"는 당시 구의원의 증언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기초의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의장단 구성과 상임위원장 인선에까지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의회 본연의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공천권을 무기로 한 통제
김병기 의원이 이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천권이 있다. 그는 지역위원장 재임 기간 동안 두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동작갑 지역 기초의원 후보 전원을 단수공천했다. 이는 서울시당 소속 48개 지역위원회 중 13곳에서만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단수공천은 사실상 당선 확정을 의미한다. 이런 구조 하에서 기초의원들은 지역 주민을 위한 의정활동보다는 국회의원을 향한 '충성 경쟁'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김 의원의 눈 밖에 난 구의원들은 의장이나 예결위원장 등 주요 직책에서 배제되는 일이 반복됐다.
공천의 질적 문제
더욱 심각한 것은 공천의 질적 수준이다. 김병기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공천한 4명의 기초의원 중 상당수가 각종 의혹에 연루됐다. 조진희 구의원은 횡령·공갈 혐의로 의원직을 박탈당했고, 이지희 구의원은 공천 헌금 의혹으로 출국 금지 상태다.
이는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질보다는 개인적 충성도가 우선시됐음을 시사한다. 한 전직 구의원은 "뿌린 대로 거둔 것"이라며 "걸러줘야 할 사람들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구조 개혁 필요
이번 사태는 기초의회 폐지론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1조원에 달하는 동작구 예산을 견제할 장치가 사라진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구조적 개혁이다. 기초의원들이 국회의원의 비서가 아닌 진정한 지역 대표로서 독립적인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공천제의 개선, 공천 과정의 투명성 제고, 기초의회의 독립성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진보 정당들이 먼저 나서서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전직 구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좋은 지방자치 제도를 공천 장사로 망가뜨렸다"며 "정당들이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기 의원 사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제도의 실패다.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중심의 수직적 권력 구조를 수평적 협력 관계로 전환하는 근본적 개혁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