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태어나면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실,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
한국은행의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평등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비수도권 저소득층 가정에서 태어나 고향에 남은 자녀 10명 중 8명이 여전히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진정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경고다.
악화되는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비수도권에서 소득 하위 50%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고향에 남은 자녀(현재 36~40세) 중 80.9%가 여전히 소득 하위 50%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경향이 최근 세대로 올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생의 '소득 백분위 기울기'는 0.11이었지만, 1980년대생은 0.32로 급증했다. 이는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소득을 결정하는 힘이 3배 가까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끊어진 사다리, 막힌 희망
과거에는 가난의 대물림이 10명 중 6명(58.9%)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10명 중 8명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부모가 소득 하위 50%인데 자녀가 소득 상위 25%로 진입한 비율은 13%에서 4%로 급락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비수도권 전반의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거점 국립대들의 경쟁력 약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수도권 이주마저 계층에 따라 갈린다
문제는 계층 상승의 기회를 제공하는 수도권 이주조차 경제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부모 자산이 하위 25%에 속한 자녀는 상위 25% 자녀보다 수도권 이주 확률이 43%포인트나 낮았다. 살인적인 주거비 부담 때문에 저소득층 자녀들은 수도권보다는 인근 지역 이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근본적 해법 모색이 필요한 시점
정민수 한국은행 지역경제조사팀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