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 챌린지'로 드러난 청년 분노의 민낯과 평화를 위한 혁신 대안
최근 진보 진영 후보들을 겨냥한 '주적 챌린지'가 확산하며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극우 놀이가 아니라 기득권에 대한 청년 세대의 깊은 분노와 피해의식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구시대적 적대 관념을 부추기는 보수 정치인의 무책임과 더불어, 청년의 삶을 돌보는 혁신적 일자리 정책과 플랫폼 규제가 시급합니다.
'주적 챌린지'가 선거판을 흔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5월 말, 고려대학교 축제가 끝난 후 안암역 인근에서는 홍희진 진보당 성북구청장 후보가 당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 세 명이 다가와 카메라를 켜고 기습적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바로 요즘 유행한다는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냐'는 질문이었습니다. 홍 후보가 선거운동 방해라며 제지하자, 이들은 대답을 피한다며 조롱하고는 자신들끼리 낄낄거리며 자리를 떴습니다.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주적 챌린지'가 유행했습니다. 유세 중인 후보를 찾아가 '주적이 누구냐'고 묻고, '북한'이나 '중국'이라는 모범 답안이 나오지 않으면 온라인상에서 조리돌림을 하는 방식입니다.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와 부산 북구갑에 출마한 하정우 후보 역시 같은 공격을 당했습니다. 진지한 정책 토론이 아니라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소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박태훈 진보당 조직위원장은 '이는 어떤 답을 내놓든 그 답을 빌미로 너는 국민이 아니라고 선언하기 위해 마련된 절차'라고 지적했습니다.
구시대적 냉전 논리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위험
북한과 중국은 싫든 좋든 적대하기보다 공존과 협력을 모색해야 할 상대입니다. 전쟁과 대립이 불러올 피해는 자명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에서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접경지대에서 벌인 북한과의 확성기 대결은 인근 주민에게 큰 고통을 주었습니다. 국방백서에서도 2000년 이후 사라진 표현인 '주적'을 주요 공직자가 공언하는 것은 국익에 득이 되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이 논리는 선거 때마다 되살아났습니다. 2017년 19대 대선 TV토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이 주적이냐고 물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주적은 북한이라는 단문 구호를 올렸습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권오을 국가보훈부장관 후보자는 '평화체제로 나가야 할 시점에 20~30년 전 용어를 다시 쓸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주적 챌린지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면, 언젠가는 그 질문을 국가 권력이 묻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과 비국민을 구분해 처벌하려는 욕구가 낳은 극단적인 결과를 우리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로 이미 경험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극우 보수를 용인하고 동조하는 주류 정치인의 행태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습니다. 하버드대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이 '주류 정당이 전제적인 극단주의자를 용인할 때 민주주의는 곤경에 빠진다'고 경고한 바와 같습니다.
냉전 미경험 세대가 '주적'을 외치는 모순적 현실
냉전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 세대가 북한과 중국을 주적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적, 멸공이라는 단어 밑에 깔린 박탈감과 기성세대에 대한 강렬한 분노를 이해해야 합니다.
김동춘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지금 청년 세대의 주적 담론은 공산주의에 대한 인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불안감과 적대감의 표현이자 분노를 표출할 희생양 찾기의 결과'라고 진단했습니다. 양당 체제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청년이 공적 의식을 형성할 수 없도록 한 기성 정치가 만든 결과라는 것입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현상이 2030 청년 남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봤습니다. 청년 세대가 말하는 공정성은 능력주의를 뜻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자신에게는 역차별에 해당한다는 피해의식이 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피해의식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부모 세대는 권위주의 시대를 겪었지만 경제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하며 신분 상승의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민주화라는 명제 아래 노동자와 빈민이 연대하는 전선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성장이 정체되고 취업과 자산 형성이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쌓인 분노가 성평등 정책이나 비정규직 차별 해소 같은 진보정당의 정책을 청년 남성들에게 공정하지 않은 조치로 여기게 만든 것입니다.
청년 분노를 혁신과 진보로 이끌 대안은 무엇인가?
타인을 향한 폭력과 혐오를 그대로 둔다면 개인의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고, 분열된 사회는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주적 챌린지를 우려하는 이들은 청년의 삶을 돌보고 기회의 불평등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윤인진 교수는 '청년 세대의 분노와 극우적 행태는 그들이 처한 공통의 여건에서 생성된 것'이라며 '이들이 정치적으로 우리 편이냐를 따질 게 아니라 청년이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을 인식하고 해결할 실질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으로 일자리가 위협받는 시대에 과거 대공황 시기 미국의 뉴딜 정책처럼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서도 획일적인 정규직화보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등 덜 갈등적인 관점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혐오 발언의 확산을 막을 제도적 장치도 시급합니다. 홍희진 진보당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혐오 정치가 여과 없이 유통되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나치 역사를 경험한 독일의 경우 인종 혐오 표현을 플랫폼 사업자가 제때 걸러내지 않으면 책임을 묻는다. 우리도 온라인 공간에서 과도한 낙인찍기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퍼지지 않도록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적 챌린지는 무엇인가요?
진보 진영 후보들에게 찾아가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냐고 기습 질문하고, 북한이나 중국이라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조롱하는 행위입니다. 유튜브 쇼츠 등을 통해 퍼지며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킵니다.
청년 세대가 주적 챌린지에 참여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경제 성장 정체와 취업난 속에서 기득권에 대한 분노와 역차별 피해의식이 크게 작용합니다. 멸공이나 주적이라는 단어는 냉전적 사고보다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책을 펴는 상대를 조롱하는 정치적 레토릭으로 쓰입니다.
주적 논리가 한반도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공존과 협력을 모색해야 할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몰아가 국익에 득이 되지 않습니다. 나아가 국민과 비국민을 구분하는 극단적 논리로 발전할 경우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