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빼고 잔은 남기고: 무알코올 와인, 와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술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사교와 관계의 매개체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라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면서, 술의 핵심인 알코올을 빼고도 사회적 형식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와인 시장에서는 무알코올 와인이 주목받고 있지만, 과연 알코올 없는 액체를 '와인'이라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도 함께 불붙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무알코올 와인의 등장 배경과 시장 변화, 그리고 그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탐구합니다.
소버 큐리어스: 술을 끊는 게 아니라 재설계하는 태도
소버 큐리어스는 '술 취하지 않은' 상태에 대한 호기심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이는 금주 운동처럼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마실 수는 있지만 굳이 매번 마실 필요는 없다'는 실용적인 태도에 가깝습니다. 과거에는 와인 한 병이 분위기, 취기, 사교성, 피로, 숙취를 한꺼번에 팔았다면, 지금 소비자는 그 묶음상품을 해체하고 있습니다. 분위기와 형식은 사되, 두통과 무력감은 빼겠다는 계산이죠.
이 흐름은 한국 사회에서 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술에 관대한 사회지만, 동시에 체지방률, 혈당, 수면 점수 등 모든 것을 수치로 관리하는 자기관리 사회이기도 합니다. 예전 세대가 '얼마나 잘 마시느냐'를 사회성의 일부로 봤다면, 지금 세대는 '어디까지 조절할 수 있느냐'를 능력으로 봅니다. 회식 자리에서 물잔만 들기 싫고, 파인다이닝에서 혼자 탄산음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