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의 무게, 장세윤이 껴안은 분함과 다음 도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 결승에서 아쉽게 패배한 장세윤(KH필룩스)이 은메달의 무게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결승 직후 믹스트존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고, 인터뷰 내내 분함과 다음을 향한 다짐을 함께 전했다.
결승전, 천적을 넘고 만난 벽
장세윤은 준결승에서 통산 3전 전패였던 일본의 후지시로 고코로를 연장 혈투 끝에 꺾으며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결승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의 시타 카담보예바에게 연장 골든스코어 끝에 지도 3개로 반칙패하며 값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패인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 힘이 워낙 좋아 잡기 싸움부터 힘을 썼지만 기술이 통하지 않았다”며 “이전에 이겼던 경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연구했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은메달은 진 사람만 받는 메달”
첫 국제 종합대회 은메달이라는 성과에도 장세윤은 웃지 못했다. 그는 “유도에서 은메달은 금·은·동 중에 진 사람만 받는 메달”이라며 “동메달보다 한 단계 높지만 결국 마지막에 패배한 선수에게 주는 메달이라 지금은 분하고 속상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이번 패배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단 몇 초 만에 승부가 뒤바뀌는 게 유도다. 오늘의 분한 패배가 가장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 2028 LA 올림픽까지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어머니, 그리고 1992 바르셀로나의 기억
장세윤에게는 누구보다 든든한 멘토가 있다. 바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유도 여자 48㎏급에 출전했던 전 국가대표 어머니 유희준 씨다. 이날 어머니는 나고야 경기장을 직접 찾아 딸의 경기를 지켜봤다.
장세윤은 “엄마도 일본 선수와의 경기가 가장 큰 고비라 생각하셨는데, 그걸 이겨내서 기뻐하셨다”며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속상하다. 2년 뒤 LA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걸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어머니와의 유쾌한 일화도 공개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엄마가 기술에 대해 조언해 주셨는데, 집에 가도 선생님이 있는 것 같아 너무 싫었다. ‘집에서도 엄마가 선생님이냐’고 따졌더니 그 뒤로는 기술 이야기를 전혀 안 하신다. 지금은 정말 친구처럼 편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표팀 동료들을 향한 조언
인터뷰를 마치며 장세윤은 뒤이어 경기를 치를 동료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새 매트라 코팅이 덜 벗겨져 경기장이 미끄럽다. 우리 선수들도 잘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비록 시상대 맨 위에 서지는 못했지만, 장세윤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유도 대표팀의 문을 은빛으로 활짝 열었다. 그의 분한 패배는 2년 후 LA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