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성 이슈 결산: 탄핵부터 성평등까지 미완의 과제들
2025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여성 관련 주요 이슈들을 되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윤석열 탄핵부터 지속되는 젠더 폭력, 그리고 여전히 미완성인 성평등 정책까지, 올해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의식을 시험하는 해였다.
탄핵 정국과 여성들의 목소리
올해 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와 탄핵 과정에서 여성들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남동 거리를 지킨 여성들, 서울 서부지법 습격 사건을 목격한 시민들의 분노는 민주주의 수호 의지의 발현이었다.
하지만 탄핵 이후 새로운 정치체제 구성 과정에서 여성들의 정치적 요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6월 대선에 여성 후보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비동의강간죄 도입이나 교제폭력 대책 등 핵심 공약들이 주요 정당의 정책에서 배제되었다.
지속되는 젠더 폭력의 그림자
올해도 교제폭력과 성폭력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7월 말 일주일 동안 여성 4명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하거나 중상을 입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스토킹 신고를 세 차례나 했음에도 보호받지 못한 사례들은 국가의 여성 보호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성폭력 사건과 자살,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의혹 등은 권력형 성범죄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대선 토론 중 성폭력 묘사 발언이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간 것은 정치권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보여준다.
희망의 신호: 최말자 할머니의 승리
그러나 절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64년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 가해자로 낙인찍혔던 최말자 할머니가 61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은 올해 가장 의미 있는 승리였다.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고 싸워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첫 사례가 된 것이다.
이는 미투 운동 이후 용기를 얻은 여성들이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최말자 할머니의 변호사 김수정 변호사의 말처럼 "자신을 구하기를 멈추지 않은 사람이 결국 세상까지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성평등 정책의 미래 과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된 여성가족부의 내년 업무보고에서는 교제폭력 법제화와 임신중지 약물 합법화가 공식 언급되었다. 이는 분명한 진전이지만, 여전히 구체적 실행 방안과 의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2026년에는 교제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한 법제화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며, 성착취물 유통 차단을 위한 부처 간 협업도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정치권의 확고한 의지와 시민사회의 지속적 감시가 필요하다.
2026년을 향한 과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광장에서 외쳤던 성평등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현실, 반복되는 젠더 폭력, 그리고 정치권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다.
하지만 최말자 할머니처럼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고,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계속되는 한 희망은 있다. 2026년에는 진정한 성평등 사회를 향한 더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