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800년 전 고려시대 난파선 두 척의 실체가 새롭게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11월 4일 수중발굴조사에서 '마도 5호선'의 실체를 밝히고 인근 지점에서 '마도 6호선'의 매장 흔적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굴은 '바다의 경주'로 불리는 마도 해역에서 경향신문이 보도한 대로, 곡물이 담긴 볏섬과 발송지·수취인을 적은 목간이 고려 해상 운송의 실상을 생생히 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씨 댁에 쌀 12석… 목간이 말하는 고려의 화물표
5호선에서는 닻돌·원통목·밧줄 등 선체 부속품과 볏섬, 청동호 등 유물 54점이 출수됐다. 결정적 단서는 화물 내역이 기록된 목간 26점이었다. 나무와 대나무에 먹으로 쓴 목간은 오늘날의 화물표에 해당한다.
목간에 적힌 발송지는 고려시대 영암군과 안로현, 즉 지금의 전남 영암읍과 금정면 일대다. 목적지 '경(京)'은 고려 수도 개경을 가리킨다. 벼·쌀·백미·콩·흰콩 등 품목과 수량, 수취인의 관직과 성씨, 한 석에 담은 양까지 꼼꼼히 기록돼 있다.
별장 장씨 집에 쌀 12석을, 고위 관료 곽씨의 부인 집에 콩 10석을 보낸다는 내용도 있다. '전주(田主)'가 개경에 산다는 기록도 확인됐다. 지방에서 거둔 곡물이 수도의 지주와 관료 집안으로 흘러가던 고려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호선과 같은 선단… 1208년 봄 출항 추정
연구소는 유기물 방사성탄소연대와 청자 제작 시기를 종합해 목간의 '정묘년'을 1207년으로 판단했다. 항해가 어려운 한겨울에 화물을 모은 뒤 이듬해인 1208년 봄에 출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발견 지점이 약 250m 떨어진 5호선과 2009년 발굴된 1호선은 같은 선단의 다른 선박으로 추정된다. 1호선도 1207년 전라도 서남부에서 화물을 모아 1208년 개경으로 향하다 침몰했다. 특히 안로현에서 개경의 송득덕에게 보내는 5호선 목간은 1호선 목간과 필적과 내용이 거의 같아 동일인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두 배가 영암 일대 화물을 나눠 싣고 개경으로 가다 악천후를 만나 함께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5호선 외판재에는 뜨거운 연기를 쐬어 그을리는 '연훈(煙燻)' 처리가 확인됐다. 나무 배의 밑부분이 썩는 것을 막기 위한 기술이다. 외판은 얇은 판재 형태로 두꺼운 원통형인 1·2호선과 차이를 보인다.
6호선… 경상도 출항 선바 흔적 처음 확인
6호선의 흔적은 지난해 음파 지층탐사에서 포착한 이상체 반응 지점을 올해 시굴하다 찾았다. 2호선에서 약 110m 떨어진 곳에서 청자유병·도기정병·목간·볏섬 등 유물 20여 점이 나왔다.
목간에는 '泗州戶長睦亮(사주호장목량)'과 '班城邢遲□米(반성형지□미)'가 적혀 있다. 사주, 지금의 경남 사천의 향리 우두머리 목량과 진주 반성 지역 인물이 화물을 보냈다는 뜻이다. 사주에는 고려시대 세곡을 보관하던 13개 조창 중 하나인 통양창이 있었다. 선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상도 출항 선박의 흔적이 처음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소는 내년에 5호선 조사를 이어가고 6호선 정밀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바다의 경주… 한국 수중고고학의 현주소
한국 수중고고학의 출발점은 1976년 신안선 발굴이다. 1323년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무역선에서 중국 도자기와 동전이 대거 나오며 바닷속 유산에 관심이 쏠렸다.
태안 앞바다는 남부의 곡물과 특산품을 개경·한양으로 운반하던 주요 길목이었다. 이 일대 안흥량은 조류가 거세고 암초가 많아 예로부터 '난행량(難行梁)'으로 불렸다. 2007년 대섬 앞바다에서 주꾸미 통발에 걸린 청자가 태안선 발굴로 이어졌고, 마도 주변 어민들의 신고와 탐사를 거쳐 2009~2011년 1~3호선이 발굴됐다.
1호선은 곡물·젓갈과 화물표로 고려의 물류를, 2호선은 꿀과 참기름을 담은 청자 매병으로 당시 식생활을 보여줬다. 3호선에서는 무신정권기 권력자 김준과 삼별초 관련 목간이 나왔다. 2014년 발견된 4호선은 국내 처음 발굴된 조선시대 선박으로, 나주에서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조운선이다.
자주 묻는 질문
마도 5호선은 언제 침몰했나요?
연구소는 1207년 겨울에 화물을 모아 1208년 봄에 출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습니다. 마도 1호선과 같은 선단으로, 함께 악천후를 만나 침몰했을 것으로 봅니다.
목간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나요?
발송지인 전남 영암 일대와 목적지인 개경, 벼·쌀·콩 등 품목과 수량, 수취인의 관직과 성씨가 기록돼 있습니다. 별장 장씨 집에 쌀 12석을 보낸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마도 해역에서 앞으로 추가 발굴이 예정돼 있나요?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내년에 5호선 조사를 이어가고 6호선 정밀 발굴에 나설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