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 치료를 이유로 보석이 허가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정된 주거지인 서울아산병원을 이탈해 경기도 가평의 통일교 궁전 '천정궁'을 오간 사실이 확인되자, 항소심 재판부가 11월 2일 보석 취소 심문을 즉석에서 열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김무신, 이우희, 유동균 고법판사)는 이날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공판 기일에서 외출 사실이 확인되자 곧바로 심문에 들어갔고, 보석 취소 여부나 조건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직접 짚은 문제점
이날 오전 한 언론은 한 총재가 보석 기간 중 치료를 받는 서울아산병원을 벗어나 천정궁을 오갔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보도가 나오기 전에도 서울아산병원에 진료 경과와 이탈 여부를 통보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상태였다. 재판부는 앞서 공소장 변경 신청 등 문건을 병원에 보냈으나 수취인 부재로 송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심문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특검 측은 피고인이 주기적, 반복적으로 천정궁을 오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석 조건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검은 재판부가 관련자 접촉 금지를 조건으로 달았는데, 증인으로 출석했거나 출석 예정인 사람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의 반응은 직설적이었다. 재판부는 보석 허가 심문 때 한 총재 측이 어떤 조건이든 수용하겠다고 했고, 가능하면 천정궁을 주거지로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관련 사건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구속집행정지보다 나은 수준으로 보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변호인이 원했던 주거지인 천정궁에 외출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는 사실에 대해 그것이 오히려 재판부를 당황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과 통일교 측 반론
한 총재 측 변호인은 보석결정문을 봤을 때 주거 제한은 인식했지만 외출 제한까지 있는 것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변호인은 통상적으로 외출할 때 생기는 문제를 고려하면 사실상 외출할 수 있는 곳은 천정궁뿐이었고, 낮 시간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는 외출이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보석 조건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면 조건을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 외에 보석을 취소할 사안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통일교 측도 병원을 떠나 외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보석 조건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통일교 측은 보석이 기본적으로 석방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피고인이 주거에 거주하면서 외출하는 것은 주거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내건 보석 조건
재판부는 지난 10월 19일 한 총재의 보석 청구를 인용하면서 거주지를 서울아산병원으로 제한하고 보석 보증금 2억원을 현금으로 납입할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의료인, 변호인, 거동 보조인 등 제한된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과는 일체 접촉하지 말 것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에서 한 총재에게 보석 조건을 잘 아는지, 잘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직접 강조했다. 휠체어를 타고 출석한 한 총재는 마스크를 벗고 조건 준수 의사를 밝혔다. 재판이 끝날 무렵 발언 기회를 얻은 그는 주거지 변경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는 상태인데 선처해준다면 평생 살았던 주거 공간에서 치료받으며 남은 생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거주 제한 조치 위반이 확인되면 보석이 취소될 수 있다. 재판부는 양측 입장을 종합해 보석 취소와 조건 강화 중 어느 쪽을 택할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혐의 내용과 1심 판결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과 공모해 2022년 1월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7월께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 3월 통일교 단체 자금 1억여원을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쪼개서 후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8월 1심 재판부는 주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한 총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이 조건을 스스로 흐릿하게 만든 상황에서, 재판부의 결정이 법 앞에서 특정 인물과 집단에 대한 예외가 없다는 원칙을 지킬지 주목된다.
자주 묻는 질문
한학자 총재는 왜 보석 중 외출이 문제가 되었나?
재판부가 거주지를 서울아산병원으로 제한하고 관련자 접촉을 금지했는데, 한 총재가 병원을 벗어나 통일교 궁전인 천정궁을 오갔기 때문이다. 특검은 증인 접촉 가능성도 제기했다.
보석이 취소되면 어떻게 되나?
보석이 취소되면 한 총재는 다시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부는 취소 대신 조건을 엄격하게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학자 총재는 어떤 혐의를 받고 있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으며,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와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품을 건네 청탁한 혐의 등이 포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