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의회 파행의 진실: 민주주의가 한 사람에게 종속된 현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의 10년간 지역위원장 재임 기간 동안 서울 동작구의회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에 대한 충격적인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지방자치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의회 자율성을 침해한 '왕' 같은 존재
문제는 2020년 11월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동작구의회에서는 민주당 소속 조진희 구의회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접수되었다. 여야가 합의한 예결위원장 인선을 조 의장이 일방적으로 뒤집은 것이 발단이었다. 더욱 특이한 점은 이것이 여야 간의 갈등이 아니라 같은 민주당 내부의 갈등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상황을 아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김병기 의원의 개입을 지목한다. 한 전직 구의원은 "국회의원 하나 때문에 구청을 견제해야 할 의회가 완전히 개판이 되었다. 의회가 그 모양이니 구청을 견제하거나 큰소리를 칠 수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충성도 경쟁으로 변질된 의정활동
김병기 의원의 영향력은 구의회 의장단 구성과 상임위원장 인선에까지 미쳤다. 이로 인해 개별 구의원들 사이에서는 의정활동보다는 김 의원에 대한 충성도 경쟁이 가속화되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한 전직 구의원은 "구의원의 경쟁은 누가 더 의정활동을 잘하느냐가 아니라 지역위원장을 향한 충성도 경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천 헌금을 돌려준 구의원들이 의장직에서 배제되고, 대신 김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양상이 반복되었다. 이는 기초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단수공천으로 굳어진 권력 구조
김병기 의원이 이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천권이 있다. 그는 지역위원장 재임 기간 동안 두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동작갑 지역 기초의원 후보 전원을 단수공천했다. 이는 민주당 서울시당 소속 48개 지역위원회 중 13곳에 불과한 이례적인 조치였다.
문제는 이렇게 공천받은 인물들의 면면이다. 조진희 구의원은 횡령·공갈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어 의원직을 박탈당했고, 이지희 구의원은 현재 김병기 의원과 함께 출국 금지 상태다. 또 다른 구의원은 성희롱 의혹으로 윤리특위에 회부되었고, 한 구의원은 선거 직후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겼다.
민주주의 복원을 위한 구조 개혁 필요
이 같은 상황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기초의원들이 주민의 대리인이 아닌 국회의원의 수족 역할을 하게 되면서, 본연의 의정활동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 전직 구의원은 "내 판단이 주민의 판단이어야 하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더에 의해 결정해야 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당이 먼저 철저한 반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10여 년간 동작구의정감시단을 운영한 류호근 희망동네 사무국장은 "기초의회가 없으면 공무원이 예산 집행권한을 독점하게 된다. 견제 장치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정치 문화를 향한 과제
동작구의회 사례는 우리 지방자치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회의원이 아닌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이 기초의회에 진출하고, 기초의원이 소신껏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공천제의 개선, 지역위원장의 권한 분산, 기초의회 독립성 보장 등 다각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치 문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성 정치권의 과감한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병기 의원 사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 정치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는 사건이다.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이제는 구조적 변화에 나서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