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기장, 신규 원전 후보지로 확정…동남권 희생 구조 우려
정부가 신규 대형 원전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 소형모듈원자로(SMR)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을 최종 선정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한다는 명분이지만,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비수도권이 위험을 떠안는 구조가 더욱 고착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재생에너지와의 공존 가능성도 여전히 미지수다.
원전 없다던 정부, 왜 건설로 방향을 틀었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지을 곳이 없다며, 당장 전력이 필요한데 원전은 가동까지 최소 15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론화 위원회 운영과 여론조사를 거쳐 지난 1월 신규 원전 건설을 확정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지 않으면서 전력을 확보할 현실적 수단이 원전뿐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 토론회와 여론조사에서 원전 건설 여론이 우세했으나, 이를 명분 확보용으로 활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영덕과 기장, 왜 속도전이 가능한가
영덕군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천지원전 1·2호기 부지로 고시됐던 곳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미 부지 19%를 매입했고, 지질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백지화됐지만, 기존 절차를 재활용하면 사업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기장군 역시 과거 신고리 7·9호기 부지로 검토된 전원개발예정지로, 송전망 등 기반 설비가 이미 갖춰져 있어 빠른 건설이 가능하다.
지역 주민 찬성 86%, 진짜 원전을 원하는 것일까
영덕군이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군민의 86%가 원전 유치에 찬성했다. 그러나 찬성 이유는 인구 유입,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 일자리 창출, 특별지원금 등이었다. 지난해 대형 산불로 지역 경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원전 외에 달리 지역을 살릴 대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의 경우 60년간 법정지원금만 2조 1,541억 원에 달한다. 소멸 위기 지역에겐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원전 르네상스 시대, 한국은 수십 기 더 지어야 하나
세계 원전 설비용량은 2050년 평균 813GW로 급증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이 IEA, IAEA 등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다.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자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원전을 안정적 전력 생산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됐다. 한국원자력학회 등 세 개 학회는 2050년 원전 비중을 35%로 유지하려면 대형 원전 20기와 SMR 12기가 추가로 필요하고, 50%로 높이려면 대형 34기와 SMR 20기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공존할 수 있을까
송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제로섬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작년 원전 출력제어 횟수는 37회로 재작년 3회에서 급증했고, 태양광 출력제어 역시 88회로 57회 증가했다. 송전망 확충 없이 원전을 계속 신설하면 재생에너지 확산이 억제될 수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전력 수요 예측이 과대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데이터센터 수요도 고효율 시나리오에서는 기본 시나리오보다 20% 적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남권 원전 밀집, 복합재난 위험 없나
한국은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다. 영남 동해안은 대도시를 배후에 둔 채 전례 없는 원전 밀집 지역이다. 사고 발생 시 복합재난으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전력 소비를 위해 비수도권이 위험과 생활환경 파괴를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영덕 주민의 찬성 역시 원전이 아니면 지역 경제를 살릴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에너지 정책이 지역 불평등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
신규 원전 후보지는 어디인가
대형 원전 후보지는 경북 영덕군이며, SMR 후보지는 부산 기장군이다. 두 곳 모두 과거 원전 건설이 검토됐던 부지로, 기존 인프라와 행정 절차를 활용해 건설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원전 건설이 재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은
송전망이 충분히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이 늘면,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송전망 사용권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이미 원전과 태양광의 출력제어 횟수가 급증하고 있어, 원전 신설이 재생에너지 확산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영덕 주민들이 원전 찬성하는 이유는
지난해 대형 산불로 지역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원전 유치가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 특별지원금 확보의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안이 부재한 현실의 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