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텍사스 철거, 지워지는 소외된 삶의 존엄과 투쟁
장윤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관리처분계획 미아리 텍사스 편>은 서울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가 헐리는 과정을 생생히 기록한다. 이 작품은 사회적 낙인과 철거 현장 속에서 자신의 삶과 존엄을 지키려 연대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증언으로 남긴다. 도시 개발의 이면에서 쉽게 지워지는 소외 계층의 인권 문제를 고발한다.
흰 개와 버려진 골목이 기억하는 삶의 흔적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에 스스로 찾아와 머물다 떠난 흰 개, 예삐가 있었다. 친구 집에도 흰 개가 있었는데, 그 개는 개발이 밀려나 빈 점포와 부서진 좌판만 남은 을씨년스러운 재래시장 골목을 유난히 좋아했다. 사람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탐정처럼 킁킁대며 제 세상처럼 걷던 그 개의 모습은, 세상에서 겉돌다 어렵게 터를 잡은 이들의 삶과 묘하게 겹쳐진다. 주인 없는 흰 개가 낡은 골목을 평생의 터전으로 삼았듯,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그 빈자리는 유일한 일상이자 세상의 전부였을 것이다.
미아리 텍사스 철거는 무엇을 지우는가
영화 <관리처분계획 미아리 텍사스 편>은 총 3부로 나뉘어 철거 현장을 조명한다. 1부 '골목'에서는 철거가 진행된 풍경 사진과 함께 그곳에서 스무 해를 머문 여자가 식당 이모에게 부치는 편지가 흐른다. 장윤미 감독이 직접 쓰고 녹음한 이 편지는 특정 개인의 사연을 넘어 그곳을 거쳐 간 많은 이들의 삶을 포개놓는다. 화자는 인테리어를 새로 하며 따라 하던 유행이 싫다며, 똑같은 반찬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고집을 부린다. 허름하고 낡았어도 자신이 적응한 모양 그대로를 지키고 싶은 이 마음은, 세상에서 겉돌다 어렵게 터를 잡은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서글픈 저항이다.
모욕을 긍지로 바꾼 연대의 목소리
2부 '투쟁'에서는 본격적으로 철거에 맞서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거친 욕설로 이루어진 그들의 언어는 정연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연민에 호소하지 않는 일관된 자기 증언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일했고, 대가를 나눴으며, 세상의 비난 속에서도 각자의 삶을 지켜왔음을 외친다. 어떤 형태의 삶이든 이렇게 쉽게 지워져서는 안 된다는 항거다. 3부 '이모'로 이어지는 영화는 모욕을 긍지로 삼는 삶을 조명하며, 모두가 근절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일에도 한 사람의 인생이 얽혀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도시 개발의 그늘, 소외된 이들의 인권은 어떻게 지켜야 할까
편지 속 이모가 말해준 '흰 개를 들이면 복이 온다'는 위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력과 착취 속에서도 자신의 복을 빌기 위해 흰 개를 곁에 두었던 이들이다. 결국 그 흰 개의 복을 지키기 위해 살았던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후미진 골목을 흰 개와 함께 걸었다. 도시의 미화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소외 계층의 공간을 쉽게 지워버리는 사회적 폭력은 이제 멈춰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진보는 도시의 겉모습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변방에 있는 이들의 삶과 존엄을 보호하는 데서 시작된다. 보수적 관점의 근절 논리가 아닌, 삶의 다양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아리 텍사스 철거의 배경은 무엇인가?
미아리 텍사스는 오랫동안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로 낙인찍혀 왔다. 도시 재개발과 지역 정화라는 명목하에 강제 철거가 진행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그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의 인권과 삶의 터전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다큐 <관리처분계획>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나?
이 영화는 성매매라는 사회적 낙인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삶을 지켜온 이들의 존엄성을 증언한다. 사회적 모욕을 긍지로 승화시킨 연대의 기록이자, 쉽게 지워지는 삶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