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전 지휘부 4명, 내란 혐의 재판行…조태용·홍장원 포함
12·3 비상계엄 당시 국가정보원 지휘부를 이끌었던 조태용 전 원장과 홍장원 전 1차장 등 4명이 내란 가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기소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회복을 위한 사법적 심판대에 옛 권력의 핵심이 다시 선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19일 조 전 원장과 홍 전 차장, 황원진 전 2차장, 김남우 전 기획조정실장 등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국정원 정무직 간부 4명을 내란중요임무종사와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태용 전 원장, 계엄 수행 지시 및 미국 정보기관에 계엄 옹호 의혹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직원들에게 “을지연습(전시·사변·비상사태 대비 훈련)대로 하라”며 수행을 포괄적으로 지시하고, 미국 정보협력기관에 계엄을 옹호하는 취지로 설명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국가정보원이 계엄의 불법성을 인지하면서도 외부에 정당화하려 한 정황으로 풀이된다.
홍장원 전 차장, 계엄 당일 부서장 회의 소집 및 경찰 파견 지시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산하 부서장 회의를 소집해 국군방첩사령부·경찰청과 컨택포인트(연락망)을 구축하고, 경찰청 상황실에 인원을 파견하라고 지시한 인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국정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당시 회의 참석 직원들의 업무 수첩 등에서 홍 전 차장이 계엄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표현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정무직 회의가 끝난 뒤 소집한 부서장 회의는 10분 만에 종료됐으며, 계엄 상황에서 부서별 업무와 조치 사항, 매뉴얼 등을 다음 날 정리하자는 내용에 불과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검팀은 지난 5월부터 홍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네 차례 불러 조사한 끝에 내란 가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의 계엄 정당화 메시지, 미국 CIA에 전달된 정황
앞서 특검팀은 국정원 관계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비상계엄 다음 날 오전 국가안보실로부터 ‘우방국가에 비상계엄의 배경을 설명하라’는 요청과 함께 한글로 작성된 문건을 전달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후 조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1차장 산하 해외 담당 부서는 주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를 국정원으로 불러 문건 취지를 설명했으며, 홍 전 차장은 이 모든 과정을 보고받고 재가했다는 게 특검팀의 조사 결과다.
특검팀은 “계엄이 해제된 뒤에도 주한 외국 정보 협력 기관에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설명하기 위한 업무를 진행하거나 외국의 계엄 관련 반응을 수집·보고한 사실 등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의율했다”고 설명했다.
황원진 전 2차장·김남우 전 기조실장, 계엄 지원 혐의로 기소
이날 특검팀은 황원진 전 2차장도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에 인원 파견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고 대공수사권 회복 시 수사 대상자 선정 등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했다. 김남우 전 기조실장은 합동참모본부 요청에 따라 계엄상황실 파견 인원 선발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다만 일부 정무직들의 범죄 사실 외에 국정원 일반 직원들까지 조직적으로 내란에 가담한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정원 조직 전체가 아니라 일부 지휘부의 일탈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검 수사 과정과 조성현 대령 등 핵심 참고인 재판행
특검팀은 지난 4월 국정원 서버를 압수수색한 뒤 전·현직 직원 71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모두 82차례, 11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22차례 조사했다. 윤오준 전 3차장도 내란 가담 혐의로 입건했으나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고, 전직 부서장 4명과 전직 간부 2명에 대해서도 범죄 규명에 적극 협조한 점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앞서 특검팀은 계엄 당시 국회로 이동하던 부대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던 조성현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했다. 홍장원 전 차장과 조 대령은 조은석 내란특검팀 수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 입증에 도움을 준 핵심 참고인으로 꼽힌다.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등에서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받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주요 정치인 체포 명단을 받아적었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조 대령은 휘하 병력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뒤 최종적으로 이를 거부했다며 입건되지 않았다.
내란특검팀 내부 비판, “새 증거 없이 기소해 기존 재판에 악영향”
내란특검팀 안팎에서는 종합특검팀이 새로운 증거도 없이 이들을 기소해 기존 내란 재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기소가 법적 절차의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진실 규명의 연장선이 되길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