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낸스 세대가 이끄는 한국 금융의 디지털 혁신
25세 대학생 박성배 씨는 벌써 5년 차 투자자다. 그의 하루는 주가 점검으로 시작된다. 눈을 뜨자마자 간밤 미국 주식 시장 보유 종목 수익률을 확인하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투자 정보를 습득한다. 강의실에서도 증권사 앱을 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그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박 씨는 "시드머니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변동성이 큰 투자에 손을 댔다가 낭패를 봤다"며 "비트코인 레버리지 10배 상품에 투자했다가 한 달 생활비 절반을 날렸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유튜브 재테크 강의를 통해 다시 실탄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투자 DNA, 자이낸스 세대의 등장
이들을 우리는 '자이낸스(Z-inance) 세대'라고 부른다.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와 파이낸스의 합성어로, 단순히 나이만 어린 세대가 아니다. 기성세대 금융 투자 문법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금융 DNA를 지닌 투자집단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진학사 캐치에 의뢰해 진행한 20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65%에 달하는 652명이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74%가 22세 미만에 첫 투자를 시작했다. 기성세대의 '소득→저축→투자' 공식과 달리, 자이낸스 세대는 '경험→습관→투자 확대' 구조를 보인다.
SNS가 곧 투자 정보원
자이낸스 세대는 금융 정보를 굳이 찾지 않는다. 정보가 먼저 그들에게 도착한다. 설문조사에서 20대 투자자들은 투자 정보를 얻는 주된 출처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SNS(46%)를 1순위로 꼽았다. 경제 뉴스와 전문 미디어(29%), 온라인 커뮤니티(29%)가 뒤를 이었다.
한 대형 증권사에 따르면 20대 고객의 뉴스 소비량은 줄었지만, 숏폼과 요약형 그래픽 콘텐츠 소비 시간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기성세대의 '숙고형 판단'과 달리, 자이낸스 세대는 '반응형 판단'이 기본값이 되었다.
미래 금융 시장의 새로운 주역
한국 금융 역사상 가장 이른 나이에 투자자로 진입한 이 세대는 앞으로 국내 투자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미래 금융 업계는 물론 금융당국 정책 기준도 자이낸스 행태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대 투자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이른바 '실시간 금융 피드'를 소비한다"며 "정보가 도착하는 순서가 투자 행동을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자이낸스 세대의 등장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한국 금융 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들의 투자 문화는 더 빠르고, 더 직관적이며, 더 연결되어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혁신과 진보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