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자사주 소각으로 보험업계 밸류업 경쟁 본격화
DB손해보험의 파격적인 자사주 소각 결정이 보험업계 전체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혁신적 접근법이 다른 보험사들에게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DB손보의 혁신적 결정, 주가 상승 견인
DB손해보험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통해 1752억원 규모의 자사주 141만6000주를 26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 결정 이후 DB손보 주가는 3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총 4.6% 올랐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기존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방식으로, 자본금 감소 없이 발행주식 수만 줄어드는 구조다. 소각 후 DB손보의 자사주 비율은 15.2%에서 13.2%로 낮아질 예정이다.
시장의 밸류업 요구에 대한 적극적 대응
증권가는 이번 결정을 실적 대비 주가 부진에 대한 시장 비판과 밸류업 압박을 의식한 혁신적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DB손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17년 1배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기준 0.7배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미 PBR 1배를 회복한 삼성화재와 비교할 때, DB손보의 저평가 상태가 장기화되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업계 전반의 변화 압박 증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상장 보험사 중 자사주 비중이 10%를 넘는 곳은 다음과 같다:
- 미래에셋생명: 26.29%
- DB손해보험: 15.2%
- 한화생명: 13.49%
- 삼성화재: 13.44%
- 현대해상: 12.3%
- 삼성생명: 10.21%
업계 관계자들은 자사주 비중이 높은 보험사일수록 DB손보의 사례가 새로운 벤치마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선도적 접근법
손해보험사 중 자사주 소각에 가장 적극적인 삼성화재는 올해 4월 이사회를 통해 보통주 136만3682주와 우선주 9만2490주를 소각했다. 더 나아가 2028년 말까지 자기주식 비중을 5% 미만으로 낮히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자사주를 단순한 주가 관리 수단이 아닌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으로 설정한 가장 명확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해상의 신중한 접근
현대해상은 자사주 비율이 12.3%에 달하지만 소각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몽윤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22.85%인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이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생명보험사들의 구조적 제약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자사주 소각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축성 보험과 종신보험 비중이 높아 장래 지급해야 할 해약환급금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익의 상당 부분을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며,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정부의 강력한 밸류업 정책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월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 기존 보유 자사주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1년 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위원회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장사가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자사주를 보유할 경우 연 2회 보유 현황과 처리 계획을 공시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보다 소각 여부가 기업가치 평가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는 흐름 속에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보험사일수록 밸류업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