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벤슨'으로 신사업 부진 딛을까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김동선 부사장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전체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그동안 추진해 온 외식·푸드테크 신사업 대부분이 수익성 부진을 겪거나 종료된 상황에서, 벤슨이 그의 경영 역량을 증명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격적 출점과 자금 지원, 적자에도 속도 내는 벤슨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는 지난해 5월 벤슨을 론칭한 이후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서울역·압구정·마포·용산·잠실·수원 등에서 15개 직영점을 운영 중이며, 올해 30호점, 2027년까지 100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95억원으로 매출보다 손실 규모가 두 배 이상 크다. 그럼에도 한화갤러리아는 베러스쿱크리머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5월과 7월, 올해 4월 유상증자를 통해 총 150억원을 출자했고,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에는 각각 40억원씩 운영자금을 대여했다.
당초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4월 베러스쿱크리머리에 총 17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1차로 70억원을 납입한 뒤 연내 1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정정공시를 통해 2차 출자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운영자금 50억원을 단기 대여하기로 변경했다. 이는 자본 확충 대신 대여 방식을 선택해 투자 속도와 자금 운용을 보다 탄력적으로 가져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여를 포함하면 누적 대여금은 130억원으로 늘어나며, 유상증자와 대여를 합친 누적 지원 규모는 약 450억원에 달한다.
자체 생산시설과 품질 경쟁력, 벤슨의 차별화 전략
회사 측은 초기 적자가 공격적인 투자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과 달리, 벤슨은 2023년 아이스크림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약 1년 반에 걸쳐 경기 포천에 자체 생산센터를 구축했다. 이곳은 원유 가공부터 제조·포장까지 가능한 원스톱 생산시설로, 계열사인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활용해 일부 공정을 자동화했다.
벤슨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원재료와 품질,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을 보이면서 프리미엄 디저트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산 원유와 국산 유크림을 사용하고 인공유화제를 배제하는 한편, 프랑스산 코코아파우더와 과일 퓌레, 미국산 토핑 등 우수한 원재료를 적용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자체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신제품 개발과 브랜드 협업에도 빠르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20종의 제품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아사이 카시스 소르베'와 여름 시즌 메뉴 '레몬탱' 등을 출시하며 신제품을 늘리고 있다.
회의적 시선과 과거 사업 성과, 벤슨의 분수령
업계 일각에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시각이 나온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배스킨라빈스가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투썸플레이스가 미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을 들여오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벤슨 역시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직영 매장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을 얼마나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는 김 부사장이 앞서 추진했던 외식·푸드테크 신사업들의 성과와도 맞물려 나온다. 로봇 우동 매장 '유동'은 개점 한 달 만에 영업을 종료했고, 로봇 파스타 브랜드 '파스타X'도 약 1년간 테스트베드 운영에 그친 뒤 문을 닫았다.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 역시 푸드테크 확장의 핵심 카드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미국 법인 청산과 손상차손 반영 등으로 사업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부사장의 대표 흥행 사례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도 최근에는 수익성 검증대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9.8% 감소했고, 운영사 에프지코리아 매각도 현재 H&Q에쿼티파트너스와 양해각서(MOU)를 재체결한 뒤 본실사를 진행 중이다. 대형 인수합병(M&A)인 아워홈 역시 외형 성장과 별개로 수익성 저하와 차입 부담이 부각되면서 향후 경영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슨, 김동선 신사업 전략의 시험대
앞선 푸드테크 실험들이 시장 안착에 실패했고 파이브가이즈도 수익성 둔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벤슨이 공격적인 출점을 넘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김 부사장의 신사업 전략을 평가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는 브랜드 초기 성장 단계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투자와 신규 매장 출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가 주요 요인
이라며 유상증자 대신 모회사로부터 자금을 대여받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은 벤슨의 최근 운영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
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신규 출점을 적극적으로 이어가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예정
이라고 덧붙였다.
FAQ: 벤슨과 한화 신사업에 대한 궁금증
벤슨의 주요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벤슨은 자체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국산 원유와 유크림을 사용하고 인공유화제를 배제하는 등 품질에 집중한다. 또한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공정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왜 한화갤러리아는 벤슨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소비자들의 품질 중심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초기 적자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출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로 설명된다.
벤슨의 성공이 김동선 부사장에게 중요한 이유는?
과거 외식·푸드테크 신사업 대부분이 수익성 부진을 겪거나 종료된 상황에서, 벤슨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할 경우 그의 경영 역량을 입증하는 핵심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