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금융, 디지털자산 혁명의 문턱에 서다
한국 금융권이 디지털자산 시장 선점을 위한 대대적인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은행, 자산운용사, 증권사가 스테이블코인,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 디지털자산 수탁 등 핵심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업과 손잡으며 미래 금융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 금융의 새로운 물줄기
스테이블코인 분야의 움직임이 특히 활발하다. 신한금융그룹은 비자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기반의 발행·송금·상환 검증 및 B2B·B2C 결제 사업 협력에 나섰다. 우리은행과 쿠팡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정산 기술검증(PoC)을 이미 완료했다. 케이뱅크는 비피엠지, 해시키그룹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과 무역결제 기술을 공동 검토 중이다. 토스와 토스뱅크는 지난달 USDC 발행사 서클과 협약을 체결했고, 전북은행은 리플의 국제결제 솔루션을 국내 은행 최초로 도입하기로 했다.
디지털자산 수탁, 신뢰의 기반을 다지다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인피닛블록에 직접 출자해 지분 14.95%를 확보하며 공동 2대주주에 올랐다. 비트고코리아는 지난 1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VASP 신고를 수리받아 국내 기관 수탁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디지털자산의 안전한 보관과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산운용업계, 토큰화로 새로운 지평을 열다
자산운용업계도 펀드 토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솔라나재단·이더퓨즈·오르카와 4자 협약을 맺고 원화 표시 토큰화 펀드 PoC에 착수했으며, RWA 특화 블록체인 플룸과도 별도 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리플, 카나리캐피털과 디지털자산 ETF 및 RWA 토큰화 협력을 논의 중이다.
글로벌 트렌드, RWA 중심의 융합 가속화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통금융과 탈중앙화금융(DeFi)의 융합이 RWA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온체인 RWA 시장 규모는 2026년 8월 기준 약 384억 달러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80%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은 약 26억 달러 규모로 운용되며, JP모건도 프라이빗 블록체인 인프라를 퍼블릭 체인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 과제, 제도화가 관건
다만 국내에서는 상당수 사업이 아직 협약·PoC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여당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발행 주체와 대주주 지분 제한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업무 범위 등 세부 규칙이 확정돼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요 뉴스 모음
미래에셋, 디지털자산 사업 150조원 규모로 키운다
미래에셋그룹이 코빗 운영사 디지털엑스를 '미래에셋 3.0'의 핵심 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RWA·토큰증권(STO)을 4대 사업 축으로 설정하고, 그룹 고객자산 1500조원을 기반으로 디지털자산 부문을 150조원 규모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은·전기 등 다양한 실물자산의 디지털화와 온체인 금융상품 개발도 추진한다. 디지털엑스는 2027년 흑자 달성을 목표로 관련 사업과 투자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코스콤, 증권사 12곳과 토큰증권 공동 발행 플랫폼 구축
코스콤이 내년 2월 토큰증권 제도 시행에 맞춰 공동 발행 플랫폼 'KoSTO'를 준비하고 있다. 키움·대신·NH투자증권 등 12개 증권사가 참여해 하나의 표준화된 인프라를 공동 활용한다. 토큰증권 발행부터 투자자 보유내역·권리변동·상환까지 분산원장에서 관리하는 구조로,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사 시스템을 연계해 발행·유통·결제 인프라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향후 채권·MMF 토큰화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온체인 동시결제(DvP)도 추진한다.
일본, 주식·국채 결제 블록체인 전환 추진
일본 금융청·재무성·일본은행이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장 인프라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주식과 일본 국채 거래를 실시간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핵심이며, 은행의 일본은행 당좌예금 일부를 토큰화해 증권과 결제자금을 같은 블록체인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본 3대 은행과 주요 증권사는 이미 토큰화 주식·국채 관련 실증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2027년 초 종합 계획을 마련하고 2030년대 초 본격 운영을 목표로 추진한다.
美 SEC, 투자사 가상자산 수탁 규정 개편 추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자문사와 투자회사의 가상자산 보관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개편에 착수했다. 시장 변화와 현재 수탁 관행을 반영해 기존 규정 일부를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투자사가 규제 위반 우려 없이 고객의 디지털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편안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제출돼 현재 검토 중이며, OMB 검토 후 SEC 표결과 최소 60일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비트코인 3개월 만에 8만달러 돌파...韓 제도화 논의도 재개
비트코인이 달러 약세와 미국 규제 명확화 기대에 힘입어 장중 8만1237달러까지 상승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7거래일 연속 자금이 유입되며 약 25억7000만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클래리티법과 스테이블코인 규정 정비가 동시에 진행되며 제도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가 이르면 다음 달 디지털자산기본법 검토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법인 투자 허용과 현물 ETF, 스테이블코인 기준 마련까지 이어질지가 향후 핵심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