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를 통째로 분해하는 학생들…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현장
서울의 한 교육 현장에서 중고등학생들이 값비싼 로봇청소기를 직접 분해하고, AI를 활용해 부품의 정체를 파악하며, 다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계하는 수업이 진행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AI 시대에 필요한 사고력과 협업 능력을 키우는 새로운 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학생들이 로봇청소기를 분해하는 수업, 어떻게 진행됐나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매일경제신문 별관 3층 교육센터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스파크 세미나(SPARK Seminar)'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로보락코리아가 교육용으로 제공한 실제 상용 로봇청소기를 분해하며 '리버스 엔지니어링(역설계)'을 배웠다.
강사의 설명에 따라 학생들은 먼저 손으로 떼어낼 수 있는 부품부터 하나씩 분리했다. 겉으로 보이는 나사를 모두 풀었는데도 덮개가 열리지 않자, 학생들은 스티커 밑이나 부품 안쪽에 숨은 나사를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 자체가 수업의 핵심이었다. 완성된 제품이 어떻게 조립됐는지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다.
AI가 바꾼 학습 방식, '공학 도구'로 활용
학생들이 처음 보는 전자부품의 정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AI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학생들은 분해한 부품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AI에게 “이게 어떤 부품인지,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물었다. 과거에는 부품의 모양과 일련번호를 일일이 검색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그 작업을 대신해 준다.
강사는 “AI에 힘든 검색 작업을 맡기고 학생들은 제품의 구조와 부품 간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AI 사용법을 배우는 수업이 아니라, AI를 공학 설계의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협업으로 완성하는 '로봇 해부도'
학생들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분업화됐다. 한 학생이 분해를 맡고, 다른 학생은 부품 사진을 찍어 AI로 정보를 찾았으며, 또 다른 학생은 부품을 아크릴판 위에 배치했다. 이후 협업 디자인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품의 윤곽을 그리고, AI로 찾아낸 이름과 역할을 적어 넣었다.
이 과정은 실제 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할 때 설계, 개발, 디자인 담당자가 협업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완성된 설계도는 출력해 아크릴판에 붙이고, 그 위에 학생들이 직접 분해한 모터, 센서, 바퀴 등을 원래 위치에 배치했다. 멀쩡한 로봇청소기 한 대가 학생들의 손을 거쳐 하나의 '로봇 해부도'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돈'에서 '기술 경험'으로
이번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업의 사회공헌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로보락코리아는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제2회 서울 학생 로봇 대회'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 지역 33개 고등학교 학생 273명이 12개 팀을 구성해 약 5개월간 직접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한다.
지난 8일에는 학생들이 기업 관계자 앞에서 자신들이 개발하는 로봇과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펀딩 피칭' 심사도 진행됐다. 기술성과 창의성, 실행 가능성 등을 평가해 우수 프로젝트에는 총 500만원의 지원금이 제공됐다.
로보락코리아와 학생들의 인연은 올해 시작됐다. 제1회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청소년 로봇팀 '터틀리스'가 국제 교육형 로봇 프로그램인 FRC(FIRST Robotics Competition)에 도전하자, 로보락코리아가 개발 환경을 지원했다. 올해는 한 팀에 대한 후원을 넘어 대회 전체 공식 후원사로 범위를 확대했다.
AI 시대의 교육, '왜'에서 '어떻게'로
이번 스파크 세미나는 27~28일 이틀간 진행된다. 로보락코리아는 기업이 만든 실제 제품을 학생들에게 내주고 마음껏 뜯어보게 했다. 평소 소비자에게 로봇청소기는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움직이는 가전제품이지만, 이날 학생들에게는 분해와 탐구의 대상이었다.
이 현장에서 AI 시대의 교육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완성된 기술의 사용법을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품을 직접 분해해 구조를 파악하고 AI로 모르는 기술을 찾아낸 뒤 다시 자기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뜯어본 것은 로봇청소기 한 대였다. 하지만 수업의 목적은 다시 조립하는 데 있지 않았다. '어떻게 작동하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나라면 어떻게 만들까'까지 가보는 것. 로보락코리아가 학생들에게 제공한 것은 로봇청소기보다 그 질문을 직접 풀어볼 기회에 가까웠다.
FAQ: 자주 묻는 질문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무엇인가요?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완성된 제품을 분해해 내부 구조와 부품의 역할, 작동 원리를 거꾸로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교육에서는 로봇청소기를 분해하며 제품 설계의 원리를 배우는 데 활용됐습니다.
AI는 이 수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학생들은 분해한 부품을 AI에게 보여주며 명칭과 기능을 물어봅니다. AI는 과거에 수작업으로 하던 부품 검색과 정보 확인 작업을 대신해, 학생들이 구조 이해와 설계에 집중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누구인가요?
서울 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하며, 특히 '제2회 서울 학생 로봇 대회'에 참가하는 33개 고등학교 학생 273명이 12개 팀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