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실종, 99%가 한 달 내 종결…'골든타임' 놓치는 허점 드러나
경찰에 접수된 성인 실종 사건이 연간 7만 건을 넘지만, 이 중 99%가 한 달 안에 조사가 종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 의혹을 계기로, 초기 대응과 관리·감독의 허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성인 실종 신고, 매년 7만 건 안팎…대부분 단기간 종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가출인'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일반 성인 실종 신고는 2022년 7만 4,936건, 2023년 7만 4,847건, 2024년 7만 1,854건, 지난해 7만 814건에 달했다. 올해도 7월까지 4만 1,894건이 접수됐다.
이들 사건 대부분은 짧은 시간 안에 종결 처리된다. 지난해 기준 48.1%가 1시간 이내, 64.9%가 3시간 이내, 75.2%가 6시간 이내, 82.9%가 12시간 이내에 해제됐다. 하루 이내 89.4%, 이틀 이내 93.9%, 사흘 이내 95.1%, 일주일 이내 97.1%, 30일 이내 99.0%로 집계됐다.
관행적 판단이 위험 신호를 놓치게 한다
이처럼 대규모 실종 신고가 단기간에 해제되는 구조는 일선 경찰관이 개별 사건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반 성인의 경우 범죄 연관성이나 극단적 선택 위험이 즉시 확인되지 않으면 단순 가출이나 연락 두절로 판단하기 쉽지만, 초기 판단이 틀리면 수색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인 실종은 절대다수가 단기간에 돌아온다는 현장 경험이 관행적인 판단으로 굳어져 개별 사건의 위험성을 낮게 볼 수 있다”며 “실제 위험에 처한 경우가 극소수라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책무인 만큼 이런 관행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의혹의 전말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은 초기 단계에서 실종자의 소재와 안전을 제대로 확인하는 절차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장미란 씨는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담당 A 경장이 약 2시간 30분 만에 연락이 닿았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실종 104일 만인 지난 24일,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장 씨의 사촌동생이 지난 7월 19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2차 실종 신고를 하러 갔을 때, 담당 경찰관은 “다 큰 성인인데 그냥 가출한 거 아니냐.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거면 진작 발견됐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경장이 무사하다며 종결 처리한 또 다른 실종자 B 씨도 실제로는 실종 상태가 이어지다 재신고 후 수색 과정에서 실종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A 경장은 두 사건 모두 실종자의 소재나 안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허위로 종결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리·감독 장치의 허점과 경찰의 개선 방안
이번 사건은 담당 경찰관 개인의 허위 처리 의혹을 넘어, 실종 사건 해제 과정에서 이를 걸러낼 관리·감독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장 씨와 B 씨 모두 실제로는 장기간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A 경장이 사건을 종결하면서 경찰의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는 장기 미해제 사건으로 남지 않았다.
경찰은 제주 사건을 계기로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사건을 해제하는 과정에 관리자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담당 경찰관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에게 별도로 보고해 처리 적정성을 검토받은 뒤 시스템상 실종 해제를 직접 처리하지만, 앞으로는 담당자가 시스템에서 해제를 요청하면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정보 등을 확인한 뒤 승인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성인 실종 대응 강화, 입법은 난항
해제 절차 개선만으로 성인 실종 사건 대응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성인은 아동이나 장애인, 치매 환자와 달리 일차적으로 '가출인'으로 분류돼 실종 신고가 접수돼도 위치 추적이나 유전자 검사·대조 등 적극적인 수색에 제약이 있다.
이에 성인 실종자의 소재 파악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입법은 난항을 겪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이른바 '실종성인법'으로 불리는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됐으나 모두 계류 중이다.
이 법안들에는 실종성인 정보시스템 구축, 경찰의 개인위치·이동경로 정보 수집, 가족 동의를 받은 유전자 검사 실시 및 변사자 유전정보 대조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실종 신고가 채무자 추적이나 가정폭력 피해자의 소재 파악 등에 악용될 가능성과 성인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입법 과정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법안이 악용될 가능성은 별도의 처벌과 제도적 장치로 막아야 할 문제”라며 “실제 위험에 처한 사람이 극소수라도 생명 보호를 위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발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