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구조대, 요리 예능의 외국어 남용을 고치다
요리 예능 프로그램에서 '셰프', '플레이팅', '마리네이드' 같은 외국어가 넘쳐나면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우리말 순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인기 요리 예능 3편에서 부적절한 방송언어 사용 사례가 총 723건 발견됐다. 이는 한국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대목에서도 외국어를 과도하게 사용한 결과다.
요리 예능, 왜 이렇게 어려워졌나
과거에는 주방을 책임지는 사람을 '주방장', 요리를 하는 사람을 '요리사'라고 구분해 불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유명 요리사들이 방송에 등장하면서 '셰프'라는 표현이 널리 퍼졌고, 현재는 두 직업을 구분하지 않고 두루 쓰인다. '셰프'가 더 전문적이고 고급스럽게 들린다는 인식도 이런 변화를 부추겼다.
우리말로 바꿔 쓰면 더 정확해진다
요리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외국어는 우리말로 충분히 바꿔 쓸 수 있다. '마리네이드'는 '양념에 재우다' 또는 '밑간하다'로, '시어링'은 '센 불에 겉면을 재빨리 굽다'로 표현할 수 있다. '가니시'는 '고명'이나 '곁들임'으로, '플레이팅'은 '담기'나 '담음새'로 바꿀 수 있다. '레시피'는 '요리법'이나 '조리법'으로, '시그니처'는 '대표'로, '메인 디시'는 '주요리'로, '다이스'는 '깍둑썰기'로 순화할 수 있다.
외국어 남용, 왜 문제인가
문제는 방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식당과 카페의 메뉴판에서도 영어로만 적힌 메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메뉴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한 표현일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정보 장벽이 될 수 있다.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 따르면, 외래어나 외국어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로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41.2%)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전문적인 용어 사용이 능력 있어 보인다'(22.9%), '우리말보다 세련된 느낌이 든다'(15.7%)가 뒤를 이었다.
전문가의 조언: 소통이 핵심
세종국어문화연구원 김슬옹 원장은 요리처럼 누구나 즐기는 콘텐츠에서 특정 외국어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일부 전문가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어려운 말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막이나 설명을 통해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말 선택, 방송의 새로운 방향
외국어를 무조건 배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널리 사용되는 외래어도 있고, 우리말로 바꾸기 어려운 표현도 있다. 다만 한국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먼저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방송의 언어가 달라지면 시청자가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더 전문적으로 보이는 말보다 더 쉽게 이해되는 말을 선택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방송에서 우리말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의 보도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미래의 관점에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