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간 국내외 채권형 펀드에 4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수익률은 초장기 국채가 앞섰지만 실제 자금은 초단기채 펀드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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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증권사 영업점의 펀드 상품 안내 화면. Photo: mk.co.kr
올 상반기 증시 강세에 밀려났던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최근 한 달간 국내외 채권형 펀드에 4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되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다. 특히 수익률 상위권은 초장기 국채 상품이 차지했지만, 실제 자금은 금리 변동 위험이 낮은 초단기채 펀드로 몰리는 엇갈린 흐름이 뚜렷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인용한 mk.co.kr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최근 한 달간 국내 채권형 펀드(ETF 포함, 설정액 10억원 이상) 설정액은 3조7021억원 늘었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도 3688억원이 들어오면서 국내외 채권형 펀드 설정액 증가분은 총 4조원을 넘어섰다. 연초 이후 9조원 넘게 빠져나갔던 흐름과 정반대다. 자금 이동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채권의 이자수익 매력이 커졌고, 증시 변동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위험을 분산하려는 수요가 겹쳤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 급락 국면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반도체 대형주가 흔들리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자극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경제는 이달 18조원어치를 판 외국인의 매도 배경으로 헤지펀드 청산설과 AI 펀드 투매 가능성을 지목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신용을 동원한 무리한 물타기보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 중심으로 대응하라는 조언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신문은 코스피 급락에 갇힌 개미들을 다루며 섣부른 손절과 빚투 물타기를 모두 경계할 것을 권고했다. 채권형 펀드의 성과 자체는 양호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채권형 펀드 373종은 최근 한 달간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평균 수익률은 0.9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이 -16.11%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상품별로는 금리 변화에 민감한 장기채가 두각을 나타냈다. RISE 국채30년레버리지 KAP 13.02%,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10.38%,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6.44% 등 초장기 국채 상품이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지난달 말 4.6%를 넘었던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최근 4.2% 선 아래로 0.4%포인트 이상 내려가면서 채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하락기에 가격 상승 폭이 커진다는 점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정작 투자자금은 수익률이 높았던 장기채가 아니라 단기채 쪽으로 향했다. 장기채가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차익을 노리는 상품이라면, 단기채는 가격 변동 부담을 줄이면서 이자수익을 확보하려는 수요에 맞는다. KB자산운용의 KB내일드림초단기채 펀드에는 지난 한 달간 1755억원이 들어와 국내 채권형 공모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범광진 KB자산운용 연금WM본부장은 이 펀드가 국내 채권형 펀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운용 효율성이 높다며, 연초 이후 유동성 자산 관리를 원하는 개인과 일반 기업 고객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레이트초단기금리혼합자산 펀드도 설정액이 1430억원 증가했다. 초단기채 펀드는 듀레이션이 짧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 금융상품에 주로 투자한다. 만기가 짧아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부담이 작고 환매가 비교적 자유로워 단기 대기자금을 굴리는 수단으로 쓰인다. 최근 AI 투자 과열 우려와 중동 지정학적 불안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점도 대기성 자금을 초단기채로 밀어넣은 요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채권형 공모펀드 가운데 운용 설정액 1조원 이상 상품은 대부분 초단기채 펀드다. 해외 채권형 펀드는 국내와 결이 조금 달랐다. 최근 한 달간 자금이 몰린 북미 채권형 펀드에는 미국 장기국채 관련 상품이 다수 포함됐다. 10월 초 고점을 찍은 미국 장기물 금리가 이후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 반등을 기대한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 채권형 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1.73%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달 초 연 5.31%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5% 아래로 내려왔고, 30년물 금리도 고점에서 하락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약세와 함께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까지 낮아지는 등 안전자산으로서 채권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동발 유가 상승이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어 시장금리의 추가 하락은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채권으로 옮겨간 자금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돌아올지는 금리와 물가, 그리고 증시 변동성이라는 세 변수가 결정할 전망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6주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코스피 2000선 부근에서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당분간 채권 선호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