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원과 세무 당국이 인터넷 방송인들의 이른바 '위장 사업체' 절세 공식을 잇달아 불인정하고 나섰다. 사업자 등록 여부가 아니라 실제 경영 활동을 기준으로 소득을 따져 과세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아시아경제가 2026년 10월 2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푸젠성 샤먼시 쓰밍구 인민법원은 최근 공개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 탈세 사건 판결에서 “소득은 형식보다 실질을 따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이번 판결은 라이브커머스와 1인 미디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긴 세제 사각지대를 겨냥한다. 개인사업자나 1인 기업을 세워 놓기만 하면 세율이 낮아지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쟁점은 '어떤 소득으로 신고했느냐'
중국 개인소득세법은 개인이 독립적으로 노동·서비스를 제공해 받은 돈을 '보수소득', 실제 사업을 운영해 번 돈을 '사업소득'으로 나눈다. 보수소득에는 3~45%의 누진세율이 붙지만, 사업소득은 5~35%로 최고세율이 10%포인트 낮고 운영 비용도 공제받을 수 있다. 이 차이를 이용해 일부 방송인은 개인사업자나 1인 기업을 세운 뒤 보수소득을 사업소득으로 바꿔 신고해 왔다.
이번 사건의 진행자 야오 씨는 2019~2021년 개인 명의로 방송하며 플랫폼과 매니지먼트 회사로부터 1670만위안(약 33억 2200만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750만위안(약 14억 9200만원)은 제삼자가 허위 주문으로 부풀린 거래액으로 드러나 소득에서 빠졌고, 세무 당국이 인정한 실제 보수소득은 약 918만위안(약 18억 2600만원)이었다. 야오 씨는 이를 신고하지 않아 개인소득세 236만위안(약 4억 6900만원) 이상을 내지 않았다. 세무 당국은 2023년 3월 이를 탈세로 보고 같은 금액의 벌금을 매겼다.
야오 씨는 탈세할 의도가 없었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납세자가 탈루 세액을 정확히 알지 못했더라도 소득 신고 의무를 알고 이를 어겼다면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1심 판결이 확정됐다.
팔로워 600만 왕훙도 같은 수법으로 적발
이런 수법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쉬징완·천쉬·바이빙 등 팔로워 100만명 이상 왕홍(인플루언서)의 탈세 사실이 세무 당국을 통해 공개됐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팔로워가 600만명을 넘는 쉬징완은 2021~2023년 개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313만 4500위안(약 6억 2300만원)을 덜 냈다. 세무 당국은 추징세액과 가산금, 벌금을 합쳐 631만 9600위안(약 12억 5700만원)을 부과했다.
적발의 단서는 플랫폼 데이터였다. 세무 당국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쉬징완의 판매 상품 가격과 판매량에 비해 개인소득세 신고액이 극히 적고, 연계된 온라인 상점 2곳은 설립 후 세금 신고액이 0이라는 점을 포착했다. 쉬징완은 1인 기업을 세워 광고 수입을 사업소득으로 신고했지만, 사무실 임대료나 수도·전기요금 지출이 없었고 사회보험에 가입한 직원이나 실제 영업거래도 없었다.
세무 당국이 제시한 기준은 '실제 사업 여부'
국가세무총국은 지난해 6월 규정을 통해 플랫폼에서 인터넷 방송·교육·의료·배송·가사·광고·통번역 등 서비스를 제공해 번 수입은 원칙적으로 보수소득으로, 상품 판매·운송처럼 실제 사업 활동에서 나온 수익은 사업소득으로 분류했다. 경제관찰보는 “사업자 등록·계약 주체 같은 형식뿐 아니라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지, 직원을 고용하거나 운영비를 쓰는지, 다른 사람과 협력해 수익을 내는지를 함께 따진다”며 “사업체 명의로 계약을 맺거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만으로는 사업소득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쓰옌우 저장재경대 재정세무학원 교수는 “기관의 권유를 따랐든 잘못 안내받았든 납세자로서 사실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것은 법적 의무”라며 “정책을 몰랐다거나 기관이 잘못 안내했다는 것은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크리에이터 생태계에도 주는 시사점
이번 판결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1인 미디어와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개인사업자 등록을 통한 세율 조정이 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몇 년간 유튜버·인플루언서·온라인 판매자에 대한 세무 검증을 강화해 왔다. 중국의 사례는 플랫폼 데이터를 활용한 과세가 얼마나 정교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라는 법원의 판단 기준이다. 사무실도, 직원도, 실제 거래도 없이 회사만 세워 둔 경우 세제 혜택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국경을 넘어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다. 청년 창업자와 소규모 크리에이터에게는 사업 구조를 투명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중국 세무 당국은 올해 들어 왕홍 탈세 단속 결과를 연이어 공개하고 있다. 플랫폼 빅데이터와 세무 신고 자료를 결합한 분석이 고도화될수록, '회사만 차려두는' 절세 전략은 설 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다음 단속 대상은 누가 될지, 중국 당국의 다음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자주 묻는 질문
중국 법원이 이번에 확인한 과세 원칙은 무엇인가?
소득의 성격을 판단할 때 사업자 등록이나 계약 형식이 아니라 실제 경영 활동과 수익 구조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실질 과세' 원칙이다. 샤먼시 쓰밍구 인민법원은 판결에서 이 원칙을 재확인했다.
보수소득과 사업소득의 세율 차이는 얼마인가?
보수소득에는 3~45%의 누진세율이, 사업소득에는 5~35%의 세율이 적용된다. 최고세율 기준으로 10%포인트 차이가 나고, 사업소득은 운영 비용을 공제받을 수 있다.
쉬징완은 얼마나 탈세했고 어떤 처분을 받았나?
쉬징완은 2021~2023년 개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313만 4500위안(약 6억 2300만원)을 덜 냈다. 세무 당국은 추징세액과 가산금, 벌금을 합쳐 631만 9600위안(약 12억 5700만원)을 부과했다.
한국 크리에이터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나?
한국의 세법은 중국과 구조가 다르지만, 국세청도 실제 사업 활동 여부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향으로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이 늘면서 형식만 갖춘 사업체는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