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클라우드 혁신, AI 시대 디지털 주권 확립의 새로운 전환점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한국의 클라우드 생태계가 디지털 주권 확립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7일 코엑스에서 열린 'OPA 디지털 서비스 서밋 2025'는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닌, 미래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공공부문 디지털 혁신, 민주적 거버넌스의 새로운 패러다임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AI는 곧 클라우드"라며 공공부문의 퍼블릭 클라우드 전환을 강력히 주장했다.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축적되고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 정부가 AI 네이티브 정부"라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투명하고 효율적인 디지털 정부 구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은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본부장은 지난 5년간 디지털서비스 공공계약제도를 통해 6000억원 규모, 2300건의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밝히며, "공공, 민간, 학계가 함께하는 개방형 생태계 실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기존의 폐쇄적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혁신적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멀티클라우드 시대, 기술 종속성 탈피의 전략적 선택
정기봉 K-PaaS 센터장이 제시한 데이터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 공공부문의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률은 44%로 일반 산업 분야 66%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단일 클라우드 비중이 51%에 달해 특정 기업에 대한 기술 종속성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멀티클라우드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을 넘어 디지털 주권 확립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1년 AWS 대규모 장애 사례는 단일 플랫폼 의존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이는 국가 차원의 기술 자립 필요성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GPUaaS 혁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AI 접근성 확대
이번 서밋에서 주목받은 GPUaaS(서비스형 GPU) 모델은 혁신적 민주화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NHN클라우드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제시한 GPUaaS 전략은 고가의 AI 인프라 접근 장벽을 낮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혁신 기회를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지훈 네이버클라우드 상무가 소개한 GPU 액침냉각 기술의 자체 개발은 기술 자립의 구체적 성과이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하이브리드 GPUaaS 모델은 고객 맞춤형 유연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혁신들은 대기업 중심의 AI 독점을 견제하고 기술 민주화를 촉진하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국가 재난 대응 체계, 시민 안전을 위한 기술적 토대
K-PaaS 기반 재해복구(DR) 시스템 구축 시연은 기술이 단순한 효율성 도구를 넘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사회적 인프라임을 보여주었다. 최종석 숭실대 교수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DR 대비는 필수"라며 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의 서비스 복원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인젠트가 시연한 액티브-액티브 DR 시스템은 전통적인 액티브-스탠바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서비스 중단 없는 연속성을 보장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 시민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필수적 기술 인프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미래를 향한 과제, 개방과 협력의 생태계 구축
김홍진 OPA 의장의 마무리 발언은 이번 행사의 핵심 메시지를 집약한다.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고 국내 기술을 활용해 국가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의 가용성과 이식성"을 증명했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디지털 주권 확립의 구체적 진전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정기봉 센터장이 지적한 "2027년까지 전 세계 AI 전환 실패율 60% 이상" 전망은 기술 도입과 함께 적절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데이터 거버넌스 확립,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시민사회의 참여 확대가 병행되어야 진정한 디지털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K-클라우드의 미래는 단순히 기술적 우위 확보에 있지 않다. 시민의 권익 보호, 중소기업의 혁신 기회 확대, 투명하고 민주적인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가치 지향적 목표와 함께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