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다딩 마을을 덮치다... 재난 앞에서도 피어나는 연대와 희망
네팔 다딩 지역이 기록적인 대홍수로 초토화됐다.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차오른 물이 마을을 휩쓸고 간 뒤, 온 세상은 잿빛 진흙밭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잃었다'며 망연자실하지만, 그 와중에도 서로를 돕고 복구에 나서는 모습이 감동을 주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남긴 상처, 다딩 지역의 참상
지난 26일,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라수와 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와 대홍수가 하류 지역인 다딩을 덮쳤다. 트리슐리강 상류에서 쏟아져 내려온 엄청난 양의 흙탕물은 마을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도로는 유실되고, 집들은 진흙에 파묻혔으며, 강은 무섭게 불어나 계속해서 범람할 기세였다.
주민들이 전한 생생한 증언, '순식간에 닥친 재난'
트리슐리강 인근 담갓 지역에서 만난 수자다 마난덜(34)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날도 평소처럼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집에 있었어요. 카트만두에 있던 남편이 전화로 '홍수가 났으니 대피하라'고 했지만, 종종 강이 범람하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남편의 재차 전화에 마난덜씨는 아들과 함께 마을 앞산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마을에는 사이렌도, 대피 안내 방송도 없었다고 한다.
“정말 갑자기 발생한 일이었어요. 살면서 이런 홍수는 처음 겪었어요.”마난덜씨는 가족의 무사함에 안도하면서도, 이내 눈물을 보이며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 보낸 돈으로 지은 집을 잃은 76세 노인
람키스나 반다리(76)씨는 한국에서 5년간 일한 막내아들이 보내준 돈으로 지은 집을 이번 홍수로 잃었다. 집 안은 쑥대밭이었고, 벽에는 물이 차올랐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헬기가 여러 대 오가는 모습이 보였고, 식구들이 전화로 도망쳐야 한다고 알려줬어요. 너무 무서워서 온몸이 떨리고 손발이 안 움직였어요. 강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쓰나미처럼 파도가 치는 것 같았어요.”반다리씨는 아들과 함께 간신히 산으로 몸을 피했지만, 평생의 보금자리를 잃은 충격은 컸다.
“아들이 보내준 돈으로 지은 집을 잃었어요.”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재난 속에서도 피어나는 연대와 희망
다행히 다딩 지역에서는 홍수로 인한 사상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류 지역이어서 대피할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주민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인근 산에 있는 친척 집에 머물며 전기와 가스 공급이 끊긴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스스로 힘을 내 집안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진흙을 퍼내며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 곳곳에서는 가재도구와 이불, 옷가지를 햇볕에 말리는 모습이 보였다. 재난의 아픔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일상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은 희망을 준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
네팔은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이번 대홍수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다딩 지역의 조속한 복구와 피해 주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우리는 재난의 아픔을 겪고 있는 네팔 국민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