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관람료, 빅맥 반 개 값…20년 만에 현실화 논의 본격화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4대 궁과 조선왕릉의 관람료가 20년 넘게 동결되면서, 이제는 햄버거 하나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K-컬처 열풍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합리적인 관람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궁·능 관람료, 국제적으로 얼마나 낮은가
지난 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궁·능 관람료 대국민 공개 토론회에서 김재규 국가유산기획평가원 대표는 한국의 궁·능 관람료가 국내외 주요 세계유산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 가격(5,700원)을 기준으로 비교를 제시했다.
경복궁 관람료(3,000원)는 빅맥 0.5개에 불과하지만, 일본 니조성은 약 6,860원으로 빅맥 1.2개 수준이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은 성수기에 비유럽권 방문객에게 인당 35유로(약 5만 4,000원)를 받아 빅맥 9개에 해당한다.
관람객은 느는데, 왜 수입은 줄까
토론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관람객은 약 1,781만 명에 달했다. 이 중 69%에 해당하는 약 1,229만 명이 무료로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대표는 “2024년과 비교하면 전체 관람객은 12.9% 증가했지만, 유료 관람객은 5.2%, 관람료 수입은 4.1%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관람객들은 보존·관리를 넘어 더 쉽게 이해하고, 보고 듣고 참여하는 관람을 원한다”며 “합리적인 관람료 체계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생각하는 적정 관람료는?
토론회에서는 국민 6,6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한국성과연구원 최미정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궁궐 관람료로 평균 9,203원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조선왕릉과 종묘는 평균 7,196원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현재 고궁 기준 1,000원~3,000원인 관람료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전문가들의 제언
2019~2021년 초대 궁능유적본부장을 지낸 나명하 전 본부장은 “정부가 반대하는 바람에 두 번의 인상 기회를 놓쳤다”며 “너무 늦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기존의 몇 배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관람료 현실화의 핵심 쟁점”이라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민 토론단이 제안한 미래 지향적 아이디어
이날 참여한 45명의 시민 토론단은 관람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성수기와 비수기를 나눠 요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제안과 함께, 관람객이 많은 시기에는 예약제를 시범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한복 착용자 무료 관람 혜택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관광 통역 안내사로 활동하는 한 참석자는 “한복을 무료 대상으로 두기보다 50% 할인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궁궐에서 한복을 입고 촬영한다는 한 참석자는 “국적을 알 수 없거나 정체불명의 복장이 많다. 우리 한복이 험하게 다뤄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궁·능 관람료, 어떻게 바뀌나
조규형 궁능유적본부장은 “지속 가능한 보존과 활용을 위해 현행 관람료 체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궁궐과 왕릉 관람료는 2005년 인상 이후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경복궁과 창덕궁은 성인 1명당 3,000원, 창경궁과 덕수궁은 1,000원이며, 창덕궁 후원은 별도 요금을 받는다. 조선왕릉은 성인 기준 500~2,000원이다. 만 24세 이하 내국인, 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임산부 등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4대 궁과 종묘를 방문한 관람객은 741만여 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여러 의견을 검토한 뒤 새로운 관람료 기준을 확정해 11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변경된 관람료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궁궐 관람료는 언제 마지막으로 인상됐나?
궁궐과 왕릉 관람료는 2005년 인상 이후 20년 넘게 동결된 상태다.
현재 궁궐 관람료는 얼마인가?
경복궁과 창덕궁은 성인 기준 3,000원, 창경궁과 덕수궁은 1,000원이다. 조선왕릉은 500~2,000원이다.
새로운 관람료는 언제부터 적용되나?
국가유산청은 11월 중 새로운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며, 변경된 관람료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