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빙하 대홍수, 기후위기 책임은 누구에게?
2026년 8월, 네팔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빙하 대홍수가 1,252명의 사망자와 4,216명의 실종자를 남기며 기후위기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번 재난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산업화 시대에 탄소를 대량 배출해 온 선진국들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팔 정부는 주요 탄소배출국을 상대로 기후 피해 배상을 공식 요구하기 시작했다.
히말라야 빙하 대홍수의 실체
지난 8월 26일 오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약 60km 떨어진 랑탕리룽산(해발 7,234m)의 5,200m 지점에서 거대한 얼음과 암석 덩어리가 무너져 내렸다. 이 '얼음-암석 사태'는 시속 약 170km의 속도로 약 20km를 7분 만에 주파하며 렌데강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이로 인해 보테코시강, 트리슐리강, 나라야니강을 따라 마을, 도로, 수력발전소, 국경 시설이 초토화됐다.
네팔 내무부 산하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RMA)에 따르면, 9월 3일 기준 사망자는 1,252명, 실종자는 4,216명에 달한다. 특히 하류 지역인 치트완과 나왈파라시에서는 전체 사망자의 약 62%인 781명이 희생됐다. 약 160만 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었고, 수색과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기후위기가 부른 '히말라야 쓰나미'
이번 대홍수의 근본 원인은 기후위기로 인한 빙하의 급격한 감소다. 히말라야 빙하를 32년간 연구해온 리잔 박타 카야스타 카트만두대학 교수는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융해수가 크레바스로 흘러들어 빙하 바닥 전체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며 “이 때문에 얼음과 암석 사이의 마찰이 줄어들면서 사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히말라야의 기온은 10년당 0.15~0.6도씩 오르고 있어, 세기당 0.74도인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의 2026년 8월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아시아 고산지대의 빙하 면적은 12% 줄었고, 네팔이 속한 중앙 히말라야는 20.7%나 감소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트리슐리 유역은 26.6%나 줄어들었다.
카야스타 교수는 “네팔에는 3,800개가 넘는 빙하와 2,300여 개의 빙하호가 있으며, 그중 21개가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티베트)에도 많은 초국경 호수들이 있어, 그곳에서 홍수가 나면 물이 곧장 네팔로 흘러내려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선진국의 책임과 네팔의 배상 요구
네팔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누적 배출량의 0.01%에 불과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가장 크게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1750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누적 탄소배출량의 약 24%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유럽연합(16.3%), 중국(16%), 러시아(6~7%), 독일(5%), 영국(4.3%)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1.1%로 18위에 해당한다.
이에 네팔 정부는 중국, 미국, 인도 등 주요 탄소배출국에 '기후 피해 배상'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적 틀을 원조 지원에서 정의와 배상의 문제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네팔 재무부는 관련국에 공식 서한을 발송했고, 향후 모든 국제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국제사회의 대응과 남은 과제
2022년 파키스탄 대홍수를 계기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이 조성됐지만, 실제 공여된 액수는 약속액의 절반에 불과하다. 2025년 기준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필요액은 3,950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기금은 8억 2,200만 달러에 그친다.
네팔 정부는 이번 대홍수의 재건 비용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40억~50억 달러로 추산했다. 카야스타 교수는 “조기경보시스템 확대, 하천 제방 축조, 방호벽 건설 등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손실과 피해 기금, 녹색기후기금(GCF) 등 선진국들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오는 11월 튀르키예에서 열릴 COP31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 확충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지, 그리고 기후위기의 불평등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국제사회의 결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자주 묻는 질문
네팔 빙하 대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이번 대홍수는 빙하호 붕괴가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해 빙하의 얼음과 암석이 무너져 내리는 '얼음-암석 사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융해수가 빙하 바닥에 스며들어 마찰을 줄이면서 대규모 붕괴가 발생한 것이다.
네팔이 기후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네팔의 누적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의 0.01%에 불과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피해는 가장 크게 입고 있다. 반면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주요 탄소배출국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손실과 피해 기금'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2022년 COP27에서 조성된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은 약 8억 2,200만 달러의 공여 약속을 확보했지만, 실제 공여액은 절반에 불과하다. 개도국의 필요액인 3,95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앞으로 히말라야 빙하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나?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는 낙관적인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히말라야 빙하가 2100년까지 질량의 30~40%를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 높은 배출 시나리오에서는 60~80%를 잃고 상당수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