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보다 낫게 만들겠다며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7분짜리 '오디세이' 영상이 2026년 10월 말 세계 언론의 혹평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별점 5점 만점에 1점을 매겼다. 이 사건은 AI 기술을 감성과 맥락을 대체할 수 있다는 착각이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 10월 23일 공개된 영상은 머스크의 AI 기업 xAI가 운영하는 영상 생성 도구 '그록 이매진' 공식 계정이 AI 영상 제작사 원더스튜디오, 데브 워커 감독과 협업해 엑스(X·구 트위터)에 올린 것이며 머스크가 직접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지 않으려고 미친 척하다가 결국 전장으로 향하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AI 영상에 대한 외신의 평가
가디언은 10월 27일(현지시간) 별점 5점 만점에 1점을 매기며 AI 그록의 해석이 노트북 화면보호기만큼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텔레그래프는 7분 내내 눈알이 경련하는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섬뜩하고 기괴한 AI 호러쇼라며 초점 없는 눈빛의 인물들과 밋밋하고 감정 없는 목소리가 작품 전체에 좀비 같은 분위기를 부여한다고 혹평했다. 와이어드는 완성도와 역사 고증을 문제 삼았다.
가디언은 여느 AI 영상처럼 이 영상도 둔중하고 생기가 없다며 고대를 배경으로 한 전쟁 게임 콜 오브 듀티 그래픽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숨이 죽은 오디오와 디지털 로봇 같은 목소리 연기가 최악이라며 모든 인물이 평탄하면서도 과하게 힘을 준 낭송조로 말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를 향해서는 지루하다는 뜻을 담아 이 엉터리 AI '지루디세이(Dull-yssey)'에서 불명예스럽게 퇴각할 때라고 비꼤다.
엑스 이용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영상 공개 게시물에는 순수한 쓰레기라는 댓글이 달렸고 장면마다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의 얼굴이 달라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AI 영상 기술의 진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역사적 정확성 논란
역사적 고증 측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와이어드는 그록에 이 영상을 직접 평가하게 하자 역사적으로 정확하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등장인물이 영국식 억양의 현대 영어를 쓰고 청동기 시대에 없던 기병이 전투 장면에 나온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와이어드는 머스크와 소수의 별난 사람들을 빼면 수천 년 전 전설을 각색할 때 따르는 창작의 자유를 거의 모두가 이해했다며 그록조차 주인이 홧김에 불가능한 약속을 하고 말았다고 인정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머스크가 스스로 내세운 기준으로도 영상이 실패했다는 뜻이다.
머스크가 AI 오디세이를 만든 이유
머스크가 이 영상을 만든 것은 올해 개봉한 놀런의 '오디세이'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다. 그는 놀런의 '오디세이' 개봉 전부터 배우 캐스팅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잇달아 공유했다. 헬레네 역을 맡은 흑인 배우 루피타 뇽오의 외모를 깎아내린 한 보수 논객의 글에 동조했고 놀란을 반백인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르며 인물의 인종을 바꾼 이유가 상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시논 역을 맡은 트랜스남성 배우 엘리엇 페이지를 조롱하는 밈도 공유했다.
그는 지난 7월 올해가 끝나기 전 그록 이매진이 역사적으로 정확하고 호메로스의 예술에 충실한 장편 오디세이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반면 개봉 전 놀런은 아직 누구도 영화가 실제로 어떤지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이후 오디세이는 전 세계에서 17억 8000만달러(약 2조 3561억원) 넘는 수입을 올려 그의 연출작 가운데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기술 과시가 남긴 것
이번 사건은 AI 기술의 실제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기술 권력자가 다양성과 포용을 향한 공격을 AI로 재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놀런의 오디세이가 다양한 배우들과 함께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것과 달리 머스크의 AI 영상은 인간의 감정과 창작의 자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편견을 반영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젊은 세대에게 AI는 창작을 보조하는 도구여야지 편견을 세뇌하는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영상 기술이 계속 발전하더라도 이야기의 감정과 맥락을 전달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혹평은 그 한계를 명확히 확인시켜준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머스크의 AI 오디세이 영상은 언제 공개됐나?
지난 2026년 10월 23일 엑스를 통해 7분 분량의 첫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외신은 왜 이 영상을 혹평했나?
가디언은 영상의 생기 없는 완성도를, 텔레그래프는 좀비 같은 분위기를, 와이어드는 역사 고증 오류를 각각 문제 삼았다.
머스크는 왜 이 영상을 만들었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 캐스팅에 반발하며 자신의 AI 기술로 더 나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