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둘러싼 중국 측 정보 수집 활동을 포착하고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년 가까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6년 10월 29일 뉴욕타임스(NYT)가 기밀 보고를 전달받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싱가포르의 데이터센터 기업 메가스피드(Megaspeed) 전직 고위 임원인 중국 국적 사업가 앨리스 황(Alice Huang, 중국명 황러)이 중국 정부를 위한 정보 수집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젠슨 황 CEO와 술자리와 업무 만찬에서 반복적으로 접촉하며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 인물이다.
수상한 접점, 그리고 포착되지 않은 경고
미 정보당국은 앨리스 황에 대한 전자 감시 과정에서 미국인 유력 인사와의 접촉 정황을 포착했고, 신원 공개(unmasking) 절차를 거쳐 상대가 젠슨 황 CEO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을 보여주는 사진과 목격담도 존재한다. 앨리스 황은 2024년 6월 대만 타이베이의 한 술자리에서 여러 AI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황 CEO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지난해 5월에도 황 CEO가 참석한 업무 만찬에 동석했다.
그녀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황 CEO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친분을 과시했고, 이를 투자금 유치 등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은 이런 접촉을 통해 앨리스 황이 엔비디아의 사업 전략과 첨단 반도체 관련 정보, 나아가 황 CEO가 트럼프 행정부와 논의한 미중 반도체 정책 동향까지 파악했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주목되는 지점은 미 당국이 외국 정보기관의 표적이 된 미국인에게 위험을 알리는 '방어 브리핑'조차 황 CEO에게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시 활동이 노출될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당국은 당시 젠슨 황이 앨리스 황의 정보 수집 활동을 알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일부 고위 관계자는 황 CEO가 정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수출 규제 우회 통로였나
메가스피드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구매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그 연산 자원을 중국 기업 등에 제공하는 업체로, 엔비디아 역시 자사 클라우드 파트너사 가운데 하나로 이 회사를 소개해 왔다. 미국 당국은 2024년부터 메가스피드가 중국 수출이 제한된 엔비디아 첨단 AI 반도체를 중국으로 불법 반입했을 가능성을 조사해 왔다.
의혹을 키운 정황도 있다. 회사가 구입한 장비 일부가 실제 데이터센터에 설치되지 않은 채 포장 상태로 보관된 사실이 확인됐다. 메가스피드의 말레이시아 관계사는 2024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엔비디아 반도체가 포함된 AI 장비를 최소 48억 달러(약 6조4000억원)어치 구매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의 실적으로서는 이례적인 금액이다.
트럼프의 침묵이 남긴 질문
논란의 핵심은 대통령의 대응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약 1년 전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았지만 별도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반도체 판매에 차질이 생기거나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는 상황을 우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방치가 아니다. 젠슨 황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미국의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국가안보와 산업정책이 맞물린 핵심 지점에서 정보 유출 가능성이 확인됐는데도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조사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투명성 원칙에 대한 중대한 후퇴다. 민주주의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의 정부 운영이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대목이다.
엔비디아와 중국 측의 대응
엔비디아는 의혹을 강하게 반박했다. 존 리조 엔비디아 대변인은 두 사람의 만남은 고객사 임원과의 통상적인 업무상 접촉이었으며, 황 CEO는 매년 수천 명의 고객사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에는 일반적인 사업 정보만 제공되며 민감한 영업비밀이나 국가안보 관련 정보는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젠슨 황 CEO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메가스피드와의 거래는 정상적이고 특별한 것이 없는 관계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메가스피드가 엔비디아 반도체를 중국으로 불법 전용하지 않았는지 확인했으며, 회사에 공급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배치 현황을 모두 점검했다고 주장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관련 의혹을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일축했다. 메가스피드 측은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외부 법률 전문가를 선임해 내부 조사에 착수하고 미국 정부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은 논평을 거부했다.
앨리스 황을 감시한 구체적인 정보기관과 그녀가 중국 측에 전달한 정보의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젠슨 황이 불법적인 정보 수집 활동에 관여했다는 사실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AI 반도체가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이 된 지금, 기술 이해관계와 국가 안보,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 어떻게 얽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조사 결과와 향후 미국 의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자주 묻는 질문
앨리스 황은 누구인가?
중국 국적의 사업가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데이터센터 기업 메가스피드의 전직 고위 임원이다. 과거 중국에서 방송기자로 활동했고 이후 금융권과 반도체·AI 투자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조처를 하지 않았나?
NYT 보도에 따르면 약 1년 전 보고를 받았으나 별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 엔비디아 반도체 판매 차질과 미중 무역 관계 악화를 우려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젠슨 황 CEO는 혐의를 받고 있나?
아니다. 그가 불법적인 정보 수집 활동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으며, 엔비디아는 통상적인 고객 만남이었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