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 K콘텐츠 수출 57% 책임지는데 예산은 '오징어 게임' 제작비에도 못 미쳐
문화체육관광부가 2027년도 예산안을 9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지만, 정작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게임 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1 제작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연구개발(R&D) 예산이 문체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 그쳐, K콘텐츠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게임 산업의 위상과 비교해 지원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 2027년 예산안, 콘텐츠 부문 비중은 오히려 축소
문체부가 최근 공개한 2027년도 예산안 편성 내역을 보면 총예산은 9조6345억원으로, 올해보다 22.6% 늘었다. 정부는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2030년 K컬처 시장 규모 목표를 기존 300조원에서 400조원으로 높였다.
그런데 문체부 전체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과 달리, 게임이 포함된 콘텐츠 부문의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콘텐츠 부문 예산은 1조7719억원으로 올해보다 9.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문체부 전체 예산 증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전체 예산에서 콘텐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20.6%에서 내년 18.4%로 2.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44.6% 늘어난 3조8545억원으로 편성됐다. 문체부 전체 예산의 40%에 해당한다. 예산 증가율과 비중만 놓고 보면 콘텐츠 산업이 예산 배분에서 상대적으로 밀려난 셈이다.
게임 R&D 예산, 영화·방송 지원에도 크게 못 미쳐
콘텐츠 연구개발(R&D) 예산은 역대 최대인 1774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보다 17.1%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문체부가 공개한 주요 사업 내역에는 게임 분야만의 R&D 예산 총액이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문체부는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프런티어 게임' 제작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60억원을 배정했다. 게임 기획·인디게임 지원 예산은 93억원에서 138억원으로 48.4% 늘렸다. 단계별 경쟁 공모를 통해 발굴·육성하는 게임 수도 130개에서 200개로 확대한다.
그러나 다른 콘텐츠 분야와 비교하면 게임의 직접 제작지원 규모는 여전히 작다. 영화 창·제작 및 유통 지원에는 821억원, 방송영상 지식재산권(IP) 확보형 제작지원에는 534억원이 배정됐다. R&D 분야에서는 '라이브 공연 향유 경험 혁신 기술개발'에 250억원, 'K뮤지엄 기술개발'에 62억원, 'K컬처 현장 솔루션 기술개발'에 50억원이 편성됐다.
글로벌 게임 제작과 게임 기획·인디게임 지원 예산을 합해도 198억원이다. 게임업계에서는 대작 게임의 제작비가 수백억원대로 치솟고 개발에도 수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현행 지원 규모로는 해외 경쟁력을 갖춘 핵심 IP를 발굴·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징어 게임' 제작비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지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1 제작비는 업계에서 약 250억원으로 추산한다. 시즌2·3에는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작 게임 제작비가 수백억원 단위로 치솟는 상황에서 현행 지원 규모로는 해외 경쟁력을 갖춘 핵심 IP를 발굴·육성하기에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임 수출, 콘텐츠 수출의 57.7% 차지… 지원은 왜 미흡한가
업계에서는 성장 둔화와 개발비 상승, 중소 개발사의 자금난을 타개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4분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게임 수출액은 85억9984만달러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57.7%를 차지했다. 게임 한 분야가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것이다.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왜 여전히 도입되지 않나
당장 시급한 과제로는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가 꼽힌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영상콘텐츠와 웹툰은 제작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게임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경쟁국들이 게임 제작비의 25~35%에 달하는 세액공제와 현금 환급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자금 조달 한계와 전주기 지원 필요성
자금 조달의 한계도 남아 있다. 문체부는 올해 넥슨 등과 함께 1200억원 규모의 게임 IP 자펀드를 결성했다. 문체부가 600억원, 넥슨이 588억원, 운용사인 코나벤처파트너스가 12억원을 출자했다. 대규모 펀드 결성은 고무적이지만, 업계에서는 투자 수익과 회수를 중시하는 펀드만으로 장기간·고위험인 게임 개발 자금을 충분히 뒷받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형 게임 개발에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단발성 제작지원이나 투자에 그치지 않고 기획·개발부터 후속 투자와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