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이상 성인 약 120만명의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최장 10년간 추적한 결과, 체중계 숫자만으로 비만을 판정하는 방식으로는 질환별 위험을 정확히 가려낼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 연구팀은 질환에 따라 가장 밀접한 비만 지표가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규명했고, 연구는 21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mk.co.kr가 보도한 이번 연구는 건강검진 판정 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대규모 근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은 체형의 둥근 정도를 나타내는 신체 둥글기 지수(BRI)와, 심방세동은 허리둘레와, 전체 사망은 체질량지수(BMI)와 각각 가장 깊은 연관을 보였다. 연구팀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력 등 주요 위험 요인을 모두 보정한 뒤에도 이러한 관계가 유지됐다고 밝혔다.
BMI의 한계, 왜 문제인가
지금까지 비만 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흔한 잣대는 체중(kg)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BMI였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정한다. 그러나 BMI는 몸 전체의 무게만 따질 뿐 지방이 어느 부위에 몰려 있는지 보여주지 못한다.
심장 혈관과 대사 질환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내장지방이다. 헬스조선은 내장지방이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히면서 복부비만을 반영하는 허리둘레와 신체 둥글기 지수가 대안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TALISMAN의 건강검진 해석 가이드도 BMI가 기준보다 낮아도 허리둘레가 높을 수 있고, 근육량이 많은 사람은 BMI만으로 체지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BRI는 키와 허리둘레를 복합 계산해 신체의 입체적 형태와 내장지방 비율을 추정하는 지표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와 달리 BMI, 허리둘레, BRI 세 가지 지표를 심혈관질환, 전체 사망, 심방세동과 교차 비교했다.
질환별로 다른 위험 신호
혈관병에는 체형이 답이다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심장 원인 사망을 포함하는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은 BRI와 연관성이 가장 짙었다. 나이와 성별은 물론 기저질환과 흡연력까지 보정한 뒤에도 체형이 둥글수록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상승했다. 키 대비 허리둘레를 함께 보는 둥글기 지표가 복부 내장지방 축적을 가장 예민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상 체중이라도 배가 나온 사람이라면 혈관 건강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져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부정맥에는 허리둘레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허리둘레와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허리둘레가 두꺼워질수록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정비례해 커졌다. 심방세동은 복부 주변 지방 축적과 연관이 깊어, 복부 둘레를 직접 잰 수치가 심장 박동 이상의 위험 신호를 가장 정확히 잡아냈다.
사망 위험은 BMI, 그러나 방향은 반대
의외의 결과도 나왔다. 전체 사망 위험은 BMI와의 관련성이 가장 두드러졌는데, 비만인 사람보다 오히려 지나치게 마른 저체중 집단에서 사망률이 치솟았다. 연구팀이 BMI에 따라 대상자를 5개 집단으로 나누자 수치가 가장 낮은 저체중 집단은 정상 체중 집단보다 사망 위험이 57%나 높았다.
연구 시작 후 1~2년 내 사망하거나 주요 질환이 발생한 사례, 즉 체중 감소를 부르는 기존 중증 질환의 영향을 걸러내고 재분석해도 저체중 집단의 높은 사망 위험은 유지됐다. 고령층에서 BMI는 지방량뿐 아니라 근육과 골격을 포함한 신체 전반의 보존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체중이 지나치게 줄면 노쇠와 근감소증, 면역력 저하가 겹치며 사망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오히려 위험하다
연구팀은 세 가지 지표 중 어느 하나만 단독으로 살펴서는 질환 위험을 온전히 판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본인의 기저질환과 가족력, 취약한 질병 유형에 맞춰 주목해야 할 지표를 골라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강시혁 교수는 권고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진료실에서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라'는 권고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심방세동 같은 혈관 및 심장 질환이 우려되는 환자에게 체중뿐 아니라 허리둘레와 체형 지표까지 면밀히 확인하는 맞춤형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50대 이후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체중계 숫자를 줄이려고 무리하게 식사를 줄이거나 급격히 살을 빼면 근육이 빠지면서 노쇠해져 오히려 사망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강 교수는 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