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재해 이재민 167명, 새해에도 계속되는 고통의 기다림
지난 3월 대형 산불과 7월 기록적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경남 산청군 이재민들이 새해를 앞두고도 여전히 임시 거처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재해 대응 시스템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167명 이재민, 9개월째 임시 거처 생활
산청군에 따르면 현재 자연재해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은 총 94가구 167명에 달한다. 산불 피해 6가구 8명과 집중호우 피해 88가구 159명이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산불 피해 이재민들은 9개월째 시천면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별관이라는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복구 대상 26가구 중 신축이나 복구를 완료한 가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8가구는 아직 복구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집중호우 피해, 더욱 심각한 상황
7월 집중호우 피해는 규모 면에서 더욱 심각하다. 159명의 주민이 뿔뿔이 흩어져 지내고 있으며, 절반이 넘는 50가구 99명은 모텔이나 경로당, 공공임대주택을 전전하고 있다.
완전히 파손된 주택만 149가구에 이르지만 복구 속도는 매우 더디다. 신축을 희망하는 40가구 중 실제 사용 승인이 난 곳은 단 1곳뿐이다.
고령화와 비용 부담, 복구 지연의 주요 원인
복구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재민 고령화와 높은 건축비용이다. 군 관계자는 "지원금을 최대로 받아도 1억원 남짓인데 최근 건축비가 올라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된 금서면 상능마을과 율현마을 등 17가구는 집단 이주가 추진되고 있으나, 부지 선정부터 공사까지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의 이재민들은 "살아서 새집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절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 지원의 한계, 근본적 개선 필요
산청군은 임시주거시설 제공, 1일 숙박비(7만원 한도)와 급식비(1식 9천원) 지원 등 다양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재민들이 겪는 상실감과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번 산청군 사례는 우리나라의 재해 대응 시스템이 단순한 응급 구호를 넘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복구 지원 체계로 발전해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재해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새해를 앞둔 지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재민들의 고통을 덜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